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는 방법
“민연님이 많이 힘들어 보이네.”
팀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0.1초만에 반사적으로 아뇨, 괜찮습니다.라고 답했을 거다.
그래야 한다고 배워왔으니까.
하지만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 없는 나를 본 다른 팀원이 말했다.
“진짜 힘든가 보네.”
그제야 팀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게 가장 힘들어요?”
나는 속으로 덜덜 떨면서 말했다.
상사에게 불만을 말하는 게 왠지 해선 안 될 짓처럼 느껴져서.
“프로세스가 없는 일인데 그걸 만들어가면서 해야 하는 게 힘들어요.”
하고 싶은 말의 1/5도 채 꺼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날, 나는 처음으로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일이 있기 전, 나는 정신적으로 바닥을 치고 있었다.
팀장보다 더 높은 상사가
“감민연에게 과중한 업무가 주어진 것 아니냐”
는 말을 했다는 걸 들었을 때, 화장실에서 몰래 울었다.
마케팅으로 직무를 바꿨어도 잘 소화해낸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은 욕심에
나도 모르게 자신을 몰아세우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지금도 계속 지쳐 있구나.
결국 정신과를 찾았다. 회사 일 때문에 간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의사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기준이 높고 완벽을 추구하는 건,
어릴 때부터 굳어진 패턴일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지금은 그 패턴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이상하게도 그 말이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기준을 조금만 낮추셔도 괜찮아요.
민연님 같은 사람은 대충 해도 남들보다 잘해 보일 거예요.
무엇보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조금씩 표현하는 연습도 한번 해보세요.”
분명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 이후, 회사 생활은 조금 달라졌다.
팀장은 처음으로 프로세스를 같이 정리하자고 했다.
그 전까지 나를 방치하던 그의 태도는 조금씩 바뀌어 갔다.
내가 한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습관처럼 내뱉었던 괜찮다는 말을 삼킨 것.
정말 괜찮지 않은 부분을 일부라도 표현한 것.
작은 변화였지만
내게는 자기표현의 힘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터닝포인트였다.
회사에서 완벽주의 때문에 지쳐 있다면,
지금 누군가의 '괜찮다'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이 있다면,
그런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한번쯤은 솔직한 마음을 꺼내봐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그렇게 조금씩 연습하며 회사 안에서 ‘내 편이 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