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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D Jun 09. 2023

퇴사하고 태국 여행 다녀왔습니다.-Day-4 빠이pai

태국 빠이는 정말 이상한 곳이다.

분명 머물 당시, 정확히 말하면 떠나오던 때에 '난 이제 여기 다시 올 일 없겠지'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었는데

지금 현재 난 빠이에 무척 다시 가고 싶다.

한적한 빠이의 자연 속 파묻혀 나의 모든 걸 그저 내려 놓고 싶은 기분이다.





빠이에서의 나날은 정말 큰 포인트가 없이 잔잔하게 흘러갔다.


아침에 일어나 쿤스리 키친의 덮밥이나 아침에만 여는 편의점 근처 포장마차의 닭죽을 사먹고는 

마사지를 받고 나서 편의점에 들렀다가

근처 산책을 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그냥 마음에 드는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면 되었으니까.



태국 북부 산간 지방의 겨울 아침은 안개가 무성히 내려앉고 

모든게 고요 그 자체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렌트한 나의 핑크 자전거를 타고 아침 요기거리를 사러

상점이 있는 번화가쪽으로 나갔다.

나의 숙소인 serene resort 는 큰 길가에서 살짝 숨겨진 곳에 있었는데 

그곳을 지나는 골목 풍경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무성한 풀들과 간간이 펴있는 고운 꽃들. 

중간 중간 자전거 패들을 잠시 멈추고 그 풍경을 한껏 눈에 담았다. 












아침에만 문을 여는 빠이의 닭죽 포장마차. 고수와 생강향이 느껴지긴 하지만 심심하고 부담없는 우리네 삼계죽과 닮았다.  






닭죽을 포장해 자전거 핸들에 걸어두고는

커피 한잔을 사러 또 길을 나섰다.

빠이가 있는 매홍손 지역은 커피산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맛본 커피는 모두 기본 이상이었다. 














시설이 고급스럽지도 마사지 실력이 아주 훌륭한 것도 아닌 그냥 모든게 평범했던 빠이의 마사지숍.

하지만 한적한 평일 낮의 애매한 시간대에 마사지숍에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안하게 마사지를 받으며 쉴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날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 그냥 내리 숙소에서 쉬기도 했다.

숙소 수영장은 꽤 넓은데다 이용객이 적어 그냥 독채에 딸린 수영장처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간 때는 겨울이라 치앙마이는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거나, 햇빛을 보여주는 낮도 드물었다.














햇빛을 보여주는 날에는 근처에 자전거를 타고 밀크티를 사온 후에 냉큼 홀홀 벗고 선베드에 누워 태닝을 했다. 짧게 보여주는 해는 아쉬웠지만 그만큼 달콤했다.








수영장의 물은 너무도 차서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딱 한번 겨우 입수해 물에 몸을 잠시 담그다 나왔다.

선베드에 누워 있으면서도 개미가 내 밀크티에 몰려 올까봐 불안했던 마음조차 떠올려보면 지금은 귀한 여행의 한 순간이다.



















한날은 굉장히 큰 주말 플리마켓이 열린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공원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세상에.

온 세상의 히피들이 여기 다모여있다.

굉장히 자유로운 레게 헤어, 옷인지 천인지 모를 것을 몸에 휘휘 두른 멋쟁이 등등 보는 재미가 한가득이었다.





저마다 직접 집에서 만들어 온듯한 파이, 빵, 태국 전통 음식 등등을 팔고 있었고

히피풍의 천, 라탄 악세사리, 헌 옷 등 다양한 빈티지한물건도 눈에 띄었다.



너른 잔디밭에 그저 푹 퍼질러 앉아 각자의 이야기를 조잘대는 사람들.

푸른 들판 위 작은 놀이터엔 국적이 섞인 아이들이 아무 무리 없이 어울려 놀고 있고, 맛있는 음식은 한가득이고, 야외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빠이의 주말 플리마켓은 예상한대로 거창하지도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도 않은채였지만 난 그 자체로 모든게 좋았다.





근처 한적한 길을 따라 자전거를 실컷 타고 풍경을 한껏 눈에 담았다.

예전에는 여행 속 좋은 순간을 사진에 못 담으면 큰 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이제는 눈에 그리고 마음에 제대로 담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안다.

이또한 내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겠지.

빠이의 시골길을 회상하자면 참 따뜻했다.








하루에 한번씩은 꼭 들렀던 쿤스리 키친.

계란후라이가 올라간 카오팟무쌉과 잔 얼음을 가득채워 먹는 콜라의 조합은 기가 막혔다.

또 이걸 먹으러 가고 싶을 정도니까. 








이렇게 한적한 낮의 빠이지만

저녁이 되면 왁자지껄한 포장마차가 길가에 들어서고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중 내가 맘에 들었던 음식 중 하나인 코코넛 빵. 

국화빵을 연상시키는 친근한 구이 방식(?)으로 만드는데 달달한 코코넛 크림이 뜨거운 반죽과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하릴 없는 산책도 매력적이다.

아무 생각도 없고

그저 어떠한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없이 정처없이 걸으며

빠이의 날것의 자연 주변 풍경을 보며 감탄했다.

푸르르고 너른 자연 속에서 살아 가고 싶다. 앞으로도 쭉. 















하품하는 고양이. 빠이의 고양이는 불특정 다수 모두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온순하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본 후에야 깨닫는 둘의 소중함.

난 그런 인간이다.

결핍이 있어야 무언가를 채울 수 있듯이.

그래서 이런 내모습이 마냥 불만은 아니다. 

결핍이 있던 지난날과 감정적으로 충만한 행복감으로 둘러싸여 있는 요즘,

그나날들을 떠올리니 그 또한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날들이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는 것이기에.




빠이에서의 나날은 아직 조금 더 남아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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