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욱 Sep 04. 2015

낭만이 여행자의 일이라면

Prolologue

히드로 공항, London

어느 날 친한 한 후배가 물었습니다. "선배는 여행을 왜 하세요?"


이 질문은 제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보게 했습니다. 그 당시 후배에게 무슨 답변을 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대답했을 겁니다. 왜냐면 저는 아직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초보 여행자'니까요. 그리하여 저는 아직도 제가 다니는 여행의 목적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사실 어떤 여행자든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나는 왜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여행지에 대한 실망감과 여행의 피로에서 오는 회의적인 질문일 수도 있고,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목적을 찾고자 하는 질문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모든 여행이 굳이 뚜렷한 목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살면서도 목적이 뚜렷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목적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모호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여기서 뻔하디 뻔한 말을 하자면, 그래서 여행은 매력적입니다. 각자의 여행은 결국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도 닮아가게 마련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여행은 결국 각자의 삶을 닮아있고, 그래서 모든 여행은 닮아있는 듯 전혀 닮아있지 않은 독특한 여행이 되는 셈이죠.



런던행 비행기에서, London


네, 그렇습니다.

세상에 수억 명의 사람이 존재하듯 그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여행이 존재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제 여행기를 여행한 장소 혹은 여행을 어떻게 하면 좋다는 조언 대신, 여행을 하며 어렴풋하게나마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 미숙한 묘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숙한 조언과 같잖은 충고 대신에 세상의 모든 떠나고 싶은 사람, 떠날 사람, 떠나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여행에서 제 여행기를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그러니까 이 여행기들은, 유럽에 가서 거창한 목표를 갖고 무언가를 찾거나 느껴보고 싶었지만 결국은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을 찾았는지조차 어렴풋하게도 알지 못하는 어느 한 미숙한 여행자의 여행기인 셈입니다.


Copyright 2015. 정욱(framingtheworld) all rights reserve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