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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Aug 20. 2017

카메라의 살해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 가장 편해 보였다. 타인의 카메라에 담긴 그의 모습은 대부분 커다란 사진기를 한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자신이 사격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뷰파인더에 조심스레 눈을 갖다 대고 조준을 한 뒤, 흔들리지 않게 호흡을 가다듬고 대상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행위. 그 일련의 과정을 천천히 나열하고 있으면, 그건 마치 소총수의 사격술을 묘사하는 것과 흡사했다. 실제로도 사진을 찍는다는 뜻과 총을 쏜다는 뜻의 영어단어는 둘 다 shoot이었니, 일견 비슷한 면은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총을 쏘아 대상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종종 생각하곤 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니콘사에서 나온 DSLR 카메라가 아니라 군 시절 지겹도록 만졌던 K-2 소총이나 그 어떤 총기류 비슷한 것이라 느끼고 상상하기도 했다. 둘은 손에 와 닿는 차가운 금속성의 촉감 마저도 닮아있었다. 뷰파인더 너머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그는 군 시절 이가 갈리도록 했던 사격술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프레임에 들어온 대상을 죽이는 상상을 했다.

그가 살해의 대상으로 삼은 것들은 다양했다. 때로는 풍경이기도 했고, 때로는 물건이기도 했으며, 당연히 사람이 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대개는 그가 소유하고자 욕망하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강렬한 욕망은 아닐지라도 그 순간의 그 대상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 그의 취미는 사진이었고, 그건 철저히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했다.

그는 사진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힌 대상을 쏘고, 살해해 lcd안에 박제해버림으로써 그것들을 소유할 수 있었다. 동물을 박제해 거실 따위에 걸어두는 사냥꾼이나, 사진을 찍어 대상을 여기저기 전시하고 업로드하는 자신의 근원적 욕망은 결국 같은 곳에서 시작됐다. 그건 바로 대상을 향한 왜곡된 소유욕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내밀한 욕망을 절대로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그의 욕망을 철저히 또는 은밀히 숨기거나 드러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숙련된 사냥꾼과 같다고 느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그동안 출간될 책 작업 때문에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습니다. 마감한 원고를 편집자님께 보내고 한숨 돌리고 한동안은 글을 쓸 힘이 통 안 들었다가, 요새 다시 글을 쓰는 중입니다. 앞으로는 브런치에 가끔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곳에 올렸던 짧은 글들도 올려볼까 합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끄적이던 습작들일 수도 있고, 에세이일수도 있으며, 짧은 생각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행기만 올리기에는 업데이트 주기가 너무 뜸한 것 같아서요.

https://www.instagram.com/jw_yoon_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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