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화 아쿠아 플라넷
여행을 하다 보면 문득 이 넓은 지구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얼마나 더 많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내가 가지 못한 곳 천지고, 산을 조금만 올라도 온통 새로운 것 투성이인데. 우주 전체로 보면 조그맣기 그지없는 지구라는 행성에서도 작은 우리나라에서도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 이렇게나 많은데, 싶어지면서 말이다.
여기에 더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지만 새삼 놀랍게 다가오는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지구는 70%가 물로 되어있고, 육지는 오직 30%라는 것.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자면 지구의 70%라는 물, 약 140,000,000제곱마일 정도의 면적에 평균 12,000피트의 깊이를 지닌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고작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들.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은 거의 없고, 인간은 이제 우주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지구라는 조그마한 행성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생각은 여행을 떠났을 때 그리고 아주 커다란 바다의 지극히 작은 축소판인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절실히 느껴진다.
성산에 위치한 한화 아쿠아 플라넷에 들어서면, 이곳은 작고 푸른 우주 혹은 또 다른 행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온통 낯선 생명체들로 가득한 아쿠아리움에 들어서서 입구를 돌아보면, 지상의 태양이 만들어내는 흰색의 빛이 마치 다른 세상과의 경계처럼 느껴진다. 내가 지금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온통 푸르고, 물결에 흔들리는 희미한 빛만 있을 뿐인데, 저곳은 너무도 선명하고 또렷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게만 보인다.
아쿠아 플라넷에서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생물들이 물속에서 만들어내는 기포는 별이 되어 올라가고, 물결은 구름이 되어 움직였다. 가오리는 편대를 이루어 진격하는 우주함대 같았으며 생명체는 지상에서 보이는 것들과는 무척이나 달라서 기이하고 미스테리하게만 느껴졌다. 유연하고 우아하게 수중을 비행하는 물고기들은 물속을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새가 되어 나는 것과 물고기가 되어 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아름다울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미지의 세계였다. 매 순간이 거대한 우주의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유리에 반사되는 인공조명이 없었다면, 나는 물속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수조와 나를 가로막고 있는 두꺼운 유리 벽이 믿기지 않아 여러 번을 차가운 유리에 손을 갖다 대어야만 했다. 손을 갖다 대면 그 손이 수조를 통과해 물에 가 닿을 것만 같은 착각을 여러 번 느꼈다. 혹은 커다란 홀로그램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어도, 아마 나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으리라.
동물원이든 아쿠아리움이든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기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막상 그곳에 들어서면 거대한 풍경에 압도당해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만히 수족관 안에 있는 물고기들이 평화로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생각도 일종의 편견에 사로잡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도 제주의 아쿠아 플라넷은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시관에 있는 생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함은 물론이고 제주 바다의 정화 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나쁘게 생각해봐도, 수족관 안에 있는 생명들이 병에 걸리거나 아프다면 그곳에 오는 방문객이 없을 테니 이를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보살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30분 정도면 넉넉하게 둘러볼 줄 알았던 아쿠아 플라넷은 족히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다 둘러볼 수 있었다. 그것도 더 있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담아서 그나마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천천히, 우주의 한 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더 오래 만끽했다면 아마 세 시간은 더 걸리지 않았을까.
아쿠아 플라넷의 하이라이트는 관람 코스의 가장 마지막에 있었던 일명 ‘제주의 바다’라는 수족관이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커다란 수족관을 보며 그 앞에서 사람들은 우주를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우주를 배경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점이 되어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그사이에 선이 되어 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곳은 작고 푸른 우주였고, 행성이었으며, 또한 바다였다.
*위의 글은 제가 소속된 카일루아라는 회사의 서비스 '데일리 제주'에 실렸던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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