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욱 Sep 30. 2015

내가 그 곳에 섰을 때

Oasis - Morning Glory의 앨범 커버 촬영지를 가다.

영국 하면 떠오르는 수 많은 밴드들이 있다. 비틀즈나 퀸, 롤링스톤즈처럼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밴드들부터 라디오헤드나 콜드플레이, 뮤즈처럼 지금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밴드들까지. 영국은 그야말로 록음악의 과거이자 현재이고 미래인 나라다.(물론 록음악의 탄생은 미국이었지만, 1960년대 중반, 비틀즈를 선봉으로 한 British Invasion이후 록음악의 주도권은 영국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밴드들 중에 멤버들은 아직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지만 정작 밴드 자체는 해체한 비운의(?) 밴드가 있다. 바로 '오아시스'라는 밴드다. 오아시스'라는'이란 표현이 부적합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오아시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그야말로 그들은 90년대 후반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설적인 밴드였다. 오아시스가 해체하게 된 계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의 형제간 싸움이다. 말 그대로 형제싸움에 밴드 등 터진 격인 대표적인  사례라고도할 수 있을 것이다.(이로 인해 고통받는 팬들은 덤.)


어쨌든 그들의 앨범 중에서도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는 소위 '명반'이라 불리는 앨범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Amazon.com)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커버를 가진 이 앨범에는 Wonderwall, Don't look back in anger부터 She's electric, Champagne Supernova까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오아시스의 명곡들이 다수 수록되어있는 앨범이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직접 CD로 사서 소장중일 정도로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노엘 스트리트는 마침 런던을 여행하던 중, 일정이 붕 뜨는 바람에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던 내게 친동생이 "노엘 스트리트가 있다던데 가보는 게 어떻겠느냐"하고 권해서 찾아가게 되었다.

옥스포드 스트리트 근처에서 구글맵으로 Noel Street를 찾으니 골목을 몇 번만 꺾으면 찾을 수 있는 쉬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노엘겔러거의 이름을 딴 거리인지, 혹은 크리스마스의 다른 이름인 Noel에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거리 이름이 먼저 생겨나고 노엘이 자기 이름을 따서 지은 거리라며 앨범커버를 촬영했을 것만 같은 곳이었다.

저 멀리 처음 보지만 익숙한 건물의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앨범 커버에서 보았던 익숙한 건물의 모습이 나타났다. 가까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아파트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네모반듯한 건물이 오아시스의 앨범 커버에 등장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찌나 신기해 보이던지. 그렇게 찾아간 노엘 스트리트는 기껏해야 두 블록 정도의 작은 골목길이었다. 처음 노엘 스트리트라는 표지판이 보인 길에서 몇 블록 더 들어오니 앨범의 커버를 찍은 곳과 같은 모습의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오아시스의 앨범 커버를 촬영한 곳이 아니었다면 특별할 것 없는 노엘스트리트의 모습.

드디어 앨범 커버에 나왔던 모습이 조금 보이는  듯하다. 사람이 훨씬 더 많고 차들이 여러대 있긴 했지만 분명 오아시스의 2집 앨범 커버를 촬영했던 장소였다. 분명 오아시스의 멤버들도 이 거리를 바라보고 이 거리에 서 있었으리라.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현실감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아 내가 지금 이곳에 어떻게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수 없이 떠올랐다.


유럽여행에서는 이렇게 현실로 직접 마주하고 있음에도 전혀 현실 같지 않은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고 동경해오던 장소를 실제로 내 두 발을 딛고 서 있을 때의 그 기분이란, 정말 여행에서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느낄 수 없는 경험일 테다. 흡사 리얼한 4D 영화를 체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실제 같지 않은 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기분은 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분 좋은 자극이다.

런던에서 오아시스의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앨범을 앨범의 커버를 직접 찍은 곳에 서서 듣고 있었던  그때의 그 감격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 내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도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내 표정을 보고선 다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건 영국 제2의 애국가라고도 불리는 Wonderwall을 부른 밴드 오아시스에 대한 그들의 애정 어린, 그리고 자부심 넘치는 시선이었다. 나는 그 거리에 한참을 서서 그들을 부러워하고, 오아시스를 느끼며 내 생에 잊지 못할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여행이 현실을 벗어나 환상을 좇아가는 여정이라면,
사소하지만 평소에는 절대 꿈꾸지 못할 일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그 순간이
바로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작지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일지도 모른다.

Copyright 2015. 정욱(framingtheworld)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과 운명의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