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우림 콘서트 <청춘예찬>
"음악에 있어서 멜로디가 육체라면, 가사는 영혼이에요."
2018년 07월 08일에 열린 자우림 콘서트 <청춘예찬>에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한 말이다.
나는 사람의 음악적 취향이 스무살을 전후로 형성된다고 믿는다. 이후로도 새로운 가수의 노래를 듣고 감명 받을 수는 있지만, 듣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되는 그야말로 '인생의 목소리'는 보통 빠르게는 10대 늦게는 20대 초반에 정해진다. 내게 자우림은 그런 밴드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자우림의 초창기 앨범을 듣고 자란 사람. 자우림의 파괴적인 에너지와 영혼을 자양분 삼아 자란 어른.
그러니까, 내게 자우림이라는 밴드는 객관적인 평가가 도저히 불가능한 가수라는 얘기다.
나는 김윤아가 콘서트에서 저 말을 하는 순간 자우림이라는 밴드가 저 문장 하나로 전부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우림의 음악에는 육체와 영혼이 있다. 멜로디에 가장 잘 맞는 가사, 가사에 가장 잘 맞는 멜로디. 인간을 이루는 육체와 영혼처럼 조화로운 음악. 내가 항상 자우림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도저히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서정을 느끼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여전히 들을 때면 모든 걸 때려부수고 싶어지는 Vlad와 나의 청소년기를 대변해주는 오렌지 마말레이드. Going Home을 들으며 집으로 가던 전역날, 샤이닝을 들으며 눈물 흘리던 고등학생 시절, 취준을 앞두고 불안했던 내 영혼을 달래 주었던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면, 옆엔 늘 자우림이 있었다. 자우림이 없었다면 과연 나는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과연 어른이 될 수는 있었을까.
듣기 좋은 예쁜 얘기만 하면서 젊음에 대해,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다. 하지만 자우림처럼 때론 섬세하게 때론 파괴적으로 청춘의 이야기를 하는 가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파괴적인 에너지’ 라고 했지만, 그건 멸(滅)의 에너지 라기보단 생(生)의 에너지에 더 가깝다. 일종의 정화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때로는 모든 것이 파괴된 폐허 위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도 존재한다. 그건 밴드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이제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밴드 멤버들은 여전히 청춘을 예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콘서트 타이틀인 청춘예찬은 지금껏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예찬해왔던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우림은 여전히 자우림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
역시나 나는 콘서트 첫 곡이었던 Sleeping Beauty를 부르는 김윤아의 목소리에 절로 탄성을 내지르고, 들을수 있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마왕을 비롯한 초반부의 몇 곡 만으로도 이미 자우림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부디 자우림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밴드로 계속 남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우리나라에 20년 동안 멤버의 변동이 거의 없이 활동을 왕성히 지속해 나가는 밴드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충만해진다. 이선규 옹의 말대로 나 같은 팬들 덕분에 계속 음악을 해나갈 수 있는거라면, 나는 앞으로도 자우림을 조건없이 응원할 자신이 있다.
*엄마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 나 만큼이나 자우림의 오랜 팬이었던 엄마는 나보다 더 신나보였다(...)
**그나저나 자우림 1,2집이 분명 집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딨는지 모르겠다.
"음악에 있어서 멜로디가 육체라면, 가사는 영혼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곡 작업할 때 노랫말도 시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시로써 가치가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 김윤아
2018.07.08 자우림 청춘예찬 공연 셋리스트
- 1부 -
Sleeping Beauty
마왕
#1
미안해 널 미워해
있지
팬이야
스물다섯, 스물하나
Hey, Hey, Hey
17171771
봄봄봄(로이킴 깜짝 게스트)
- 비긴어게인 Special -
Fly me to the moon
Love of my life(Queen)
Honesty(Billy Joel)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유재하)
Moon River
Give me one reason
- 2부 -
아파
욕
狂犬時代
하하하쏭
매직 카펫 라이드
고래사냥(나는 가수다 ver)
일탈
영원히 영원히
샤이닝
XO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