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욱 Oct 08. 2020

포털 사이트가 아닌
'뉴스레터'로 뉴스를 받아보는 시대

뉴스레터 통합 플랫폼'unread'를 만들게 된 이유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것이 유행이라는데, 우리도 본업 말고 뭔가 재밌고 의미 있는 다른 일을 해보자 라는 얘기를 아는 동생들이 있는 카톡방에서 나눈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개발자 친구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그때부터 어떤 걸 해볼지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대화의 화두는 '구독형 서비스 시장'이었습니다. 세상은 앞으로 계속해서 구독형 모델이 발전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는 얘기였죠. 처음 저는 넷플릭스나 왓챠, 어도비나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구독형 서비스들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했습니다. 당장 제게 필요한 서비스가 바로 이런 구독형 서비스들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였거든요.


그러나 우리의 정체성은 '사이드 프로젝트'였고, 이런 서비스는 바로 당장 기획을 시작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러다 문득 뉴스레터 구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저와 개발자 친구는 한창 뉴스레터 서비스를 구독해 열심히 보고 있었고, 앞서 말한 형태의 서비스보다 구현이 훨씬 쉽고 시작도 빠르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둘은 함께 뉴스레터 구독 관련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Unread뉴스레터 통합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메일이란 업무, 고지서, 광고 정도를 받아보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때문에 개인 메일함으로 메일을 받아보는 뉴스레터 서비스는 다소 생소합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이메일을 개인적인 안부를 묻는 용도로도 자주 사용해서인지 뉴스레터 서비스가 활성화되어있고, 그 질도 높은 편입니다. The Skimm이나 Vox등의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뿐만 아니라 Newyork Times, Wall Street Journal 같은 전통적인 언론사들 역시 뉴스레터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2년 사이에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뉴스레터 서비스가 빠르게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뉴닉, 어피티, 스페이스 오디티의 뉴스레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SBS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의 전통 미디어들도 점점 뉴스레터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전통 미디어가 뉴스레터에 뛰어들면 아무래도 직접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콘텐츠의 질이 더 풍부해질 수 있겠죠. 뉴스레터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뉴스레터의 특징은 다양성입니다. 카테고리부터 스타트업, 경제, 환경, 시사, IT, 노무, 법률 등등 다양합니다. 경제 분야 하나에서도 2,30대 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느냐 아니면 부동산 정보만 전문적으로 다루느냐, IT나 스타트업만 다루느냐로 갈릴 수 있습니다. 포털의 뉴스 기사들과 차별화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죠. 신문사들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해야 하는 만큼 가장 폭넓게 읽힐 만한 주제와 문체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면, 뉴스레터에는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주제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뉴스레터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정보의 노이즈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지금 현재의 포털사이트 뉴스는 이야기로 넘쳐납니다. 정보 불균형의 시대를 넘어 정보 과잉이 문제가 되는 시대. 어쩌면 기사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시 과거로 회귀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문을 집으로 받아보던 시대에서 포털 사이트로 뉴스를 보던 시대를 지나, 다시 개인이 메일함으로 뉴스를 받아보는 시대입니다.

저는 많이 구독할 때는 열다섯 개 혹은 그 이상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었습니다. 뉴닉, 어피티, 디에디트의 까탈로그, SBS의 마부작침, 빵슐랭 가이드, 스페이스 오디티, 앨리스 미디어 등의 국내 뉴스레터부터 Morning Brew, NYT, WSJ 같은 해외 뉴스레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뉴스레터를 구독해 챙겨봤습니다. 뉴스레터 구독의 문제점이 여기서 생겨났습니다.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보고 싶은 욕심에 다양하게 구독해두었는데, 하루라도 밀리면 메일함에 뉴스레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쌓이다 보니 오히려 양질의 뉴스레터를 놓치는 경우도 생기고, 숙제처럼 느껴져서 더 보기 싫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상당수의 뉴스레터에 대한 구독을 취소하는 수순으로까지 이어졌죠.


저희 팀이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다양한 뉴스레터를 한 곳에서 편하게 보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사용자나 시장 전망, BM 같은 거창한 의미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서비스를 기획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구독하고 싶은데 메일함이 꽉 차는 건 부담스럽고, 근데도 다양한 뉴스레터를 보고는 싶은 제가 사용할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일목요연하게 뉴스레터 서비스들이 정리되어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좋은 뉴스레터는 계속해서 생겨나는데, 인터넷에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어 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입소문으로만 그런 뉴스레터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나 다양한 뉴스레터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좋은 뉴스레터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주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말이죠.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뉴스레터 서비스 모음집 같은 사이트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DB를 모으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아직 볼만한 형태는 아니었죠. 디자이너가 없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개발자가 아는 디자이너 한 명을 더 팀원으로 불렀고, PM 겸 기획 및 잡무를 담당하는 저와 개발자 한 명, 디자이너 한 명 이렇게 세 명이서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스크린샷이 지금 현재까지 개발된 unread서비스의 모습입니다. 기본적인 뉴스레터 팔로우, 아티클 보기 기능과 카테고리별 묶음, 에디터의 추천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이트의 메인화면은 피드입니다. 여기서 내가 unread서비스 내에서 팔로우를 누른 뉴스레터들이 발행한 뉴스레터를 볼 수 있습니다. 누르면 각 발행 주체들의 뉴스레터로 이동하는 형식입니다. 카테고리는 각 분야별로 최대한 좁히면서도 많은 뉴스레터를 담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에디터의 추천은 제 나름대로 선정한 기준으로 뉴스레터를 추천하고 있으며, 추후 더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계속해서 뉴스레터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면 큐레이션을 할 수도 있겠죠.


사이드 프로젝트로 가볍게 시작하고 빠르게 세상에 내놓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네요. 물론 절대적으로 투자한 시간을 놓고 보면 그리 길지 않지만, 아무튼 예상보다는 훨씬 더 깔고 뭉그적거렸던 듯합니다. 어쩌면 서비스 기획을 처음 해 보는 초보 서비스 기획자의 탓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인 만큼 가볍게 가볍게 만들었으니 너무 날카로운 잣대로 보진 말아 주세요. 그렇지만 적극적은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추후 포털사이트의 뉴스란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unread사이트: https://unread.i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