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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ul 17. 2021

나의 기타 이야기 #1:소년, 소녀를 위해 기타를 들다

아마 뮤지션의 99%가 같은이유였을껄?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쓸데없는 개 멋에 취해
미련하게 청춘을 소모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네  
이런 비호감적인 음악을 해봤자 더 이상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노래 <알앤비>의 후렴구를 듣자면 처음 기타를 잡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던 시절, 그 나이 때 세상 어떤 아이들이 안 그럴까만은, 인기도 끌고 주목받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거다. 특히 여자들한테 라면 더더욱…


하지만  아싸나 왕따는 아니었어도 또 당시 나는 인싸까지는 아닌, 그냥 평범하고 수더분한 녀석. 게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양한 라이선스와 직수입 음반들을 모아 왔던 나를 통해 록과 헤비메탈을 접했던 애들이 많았고, 당시 나는 음악 전도사로 다름 명성(?)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전부 수염 시커먼 남자들… 이러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성당 친구들. 그래 저거다!


 녀석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 언제나 주변에는 친구들이 몰려들었고 그중 대부분은 여자들이었다.  여자애들은 내게 끊임없이 걔들소식과, 현재 여친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그래, 이거다! 나는 턴테이블사려고   동안 악착같이 모았던 20 원을 털어 기타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로는 부족했다. 친구들은 원체 호감형 외모와 큰 키도 한몫했기 때문에 난 좀 다른 전략을 취하기로 마음먹는다. 일단, 기타부터 튀는 걸로 가자! 당시 떡볶이 한 그릇에 1,000원, CD 한 장에 8,000원 정도 했을 때이니 20만 원은 지금 시세로 하면 거의 40만 원 정도 가치가 아니었을까? 내 기타는 당시 좀 세련된 통기타 타입이었던 ‘오베이션’ 카피 모델. 무려 앰프에 까지 연결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당시 친구들이 통기타로 부르던 노래는 김종서의 <겨울비>와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등 히트 가요들이었다. 나는 노래로도 그 녀석들과 차별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두세 달 진짜 손에 피나게 연습해 친구들이 4~5개월씩 걸리던 통기타 싱얼롱을 두 달만에 패스하고 당시 빌보드 등에서 인기를 끌던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와 미스터 빅의 <To Be With You> 등 인기 있는 팝 음악을 연습하기 시작. 노래를 잘 몰라도 인트로로 시선을 확 끌 수 있지 않나?  영 연주가 잘 되지 않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을 해 들어보며 수능 공부하듯 열심히 연습했던 것 같은데, 아… 어디 그때 녹음한 테이프 없나? 그거 들어보면 진짜 가관이었을 텐데…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 뮤직비디오

그렇게 6개월이 흘러, 어느덧 중학교 3학년 7월. 드디어 갈고닦은 것을 보여줄 때. 드디어 진검승부를 펼칠 시간이 왔다. 난 같이 기타 치던 친구와 <To Be With You>를 연습했고, 그해 여름 중학교 간부수련회 장기자랑 무대에 함께 올라갔다.

그리고, 성당 여름 캠프에서는 에릭 클랩튼이 언플러그드 앨범 첫곡인 연주곡 <The Sign>을 죽어라 연습해 혼자서 장기자랑 무대에 올라 남녀를 불문하고 꽤 큰 박수를 받았다. 그래, 나도 하면 되는구나. 역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 값진 시간.


간부수련회에서는 청청 패션으로 <모두 잠든 후에>를 테이프 틀어놓고 부른 한 녀석이 당시 학교 최고 미녀와 사귀기 시작했고, 성당 여름캠프에서도 여러 커플이 탄생했다. 그럼 나는?  당시 학교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내 인지도도 결과론적으로 꽤 올라갔다. 이십년 넘게 지난 지금도 나를 대부분 '음악 좋아하는 친구'로 기억할 정도니깐. 당시 친구 따라 나갔던 성당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기억에 남기는 계기가 되었다.  

내 친구들 상황이 오른쪽이라면 나는 왼쪽 같은 상황..... 휴......

단, 남자들한테만… 그때 이후, 내 주위는 음악을 좋아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냥 나는 ‘음악 좋아하는 놈’ 이 되었다. 역시 팝송이 아니라 호감이 가는 음악을 해야 여자들이 좋아하는 건가!!! 실망하고 의기소침해 있던 중 단과학원에서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 아이와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와탕카! 이거다. (2편에 계속)

야. 며칠 전에 라디오에서 메탈리카라는 사람들 노래 들었다??
<Enter Sandman>이라고 했던가? 너무 멋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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