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Oct 27. 2023

라이스페이퍼 김말이 튀김?!?!

냉장고 파먹기 #7

‘채널 십오야’ 정도는 OTT 보듯 보지만, 아무래도 옛날 사람이라 목적이 없으면 별 일없이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요리 유튜브만은 가끔 이것저것 눈에 띄면 살펴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뭐 해먹는 걸 좋아해서일까요? 하염없이 그것만 들여다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서 인상 깊었던 건 메모했다가 잘 써먹거든요.  

얼마 전 유튜브에서 라이스페이퍼를 이용해 콘칩 만드는 법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부엌을 둘러보니 작년에 월남쌈 해 먹고 남은 라이스페이퍼가 생각나고, 갑자기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로 김말이 튀김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간만에 냉장고를 한 번 파보기로 합니다. 어디 보자… 마침 지난주 갈비탕 싸와서 먹을 때  깜빡한 당면이 좀 있었습니다. 다른 재료는 없을까? 실파가 조금 있고 며칠 전 저녁 먹고 남긴 제육 볶음도 있습니다. 양념간장 찍어서 밥이랑 먹던 날김도 넉넉히 있구요. 일단, 당면 김말이는 할 수 있고 제육볶음으로도 뭘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아있는 당면 양은 라면 반 개 정도? 먼저, 당면은 가위로 1cm 정도 길이로 조져서 간장 2티스푼에 설탕 1티스푼, 참기름 두어 방울과 다진 실파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줍니다. 간은 이걸로 됐어요. 제육 볶음은 밥숟가락 세 스푼 정도 양이 있었는데 간이 짭짤하고 국물이 많아 밥을 두어 스푼 넣고 잘 비볐습니다. 남은 실파는 날김 길이에 맞춰 잘라주고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김말이를 싸봅시다. 먼저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담가 접시에 놓습니다. 뜨거운 물로 하면 바로 라이스페이퍼가 말랑말랑해지는데, 어차피 요리할 거니 찬물에 담가도 충분해요.

먼저 라이스페이퍼에 김을 깔고 양념 된 당면을 넣어 잘 말아줍니다. 한쪽 끝을 김밥 말듯 한바퀴 동그랗게 말아준 후 양쪽 날개를 접어 다시 단단히 말아주면 그걸로 1차 밑작업은 끝납니다. 제육 비빔밥도 마찬가지로 적당양을 넣어 잘 말아주세요. 아, 대신 제육 맛을 돋구는 실파 자른 것과 남은 당면도 함께 넣어 주시고.

이걸 그냥 먹어도 맛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오늘 요리는 ‘김말이 튀김’이잖아요.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 최고 출력의 70% 정도 온도로 달궈줍니다. 이제 적당히 온도가 올랐으면 미리 준비해 둔 ‘김말이 월남쌈’을 올려 튀겨주면 그만입니다.

기름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뭐 아껴야 잘 살죠? 그냥 팬이 메마르지 않을 정도면 야매 요리로는 충분해요. 아, 하지만 기름이 꽤 튀니까 목장갑 같은게 있음 주로 사용하는 손에 끼고 튀기면 안전해요. 이게 생각보다 금방 타버리니 이리저리 굴려주며 조금만 익혀주면 금세 완성됩니다.

이제 양념간장을 준비해 라이스페이퍼 김말이 튀김을 찍어서 먹으면 됩니다. 조금 양이 적은 것 같아 남아있던 고향만두 다섯 개를 튀겨 접시에 함께 냈습니다 그런데...

이거 반으로 잘라서 쌓아놓으니 생각보다 되게 많네요. 결국 1/3쯤 남겨 버렸어요. 제육 김말이는 간이 짭짤해서 뭘 찍어 먹지 않아도 간이 충분하더라고요. 피가 얇다 보니 보통 우리가 시장이나 분식집에서 먹는 김말이 튀김처럼 입안이 푸짐해 지지는 않아요. 뭔가 입한 그득하게 드시려면 김말이 월남쌈에 튀김반죽을 입혀 튀겨내야겠지만 그건 너무나도 번거로운 짓.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두툼한 튀김옷이 땡긴다면 라이스페이퍼로 한 번 더 싸주면 됩니다.


지난 2월 17일 이후로 제 채널에 글을 올리지 않은 지 8개월이나 지났어요. 자잘한 사건·사고도 많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시간도 없었어요. 게다가 쓸데없는 생각도 많아 손이 잘 가지 않더라고. 하지만, 뭐 다 핑계죠. 그냥 성실하지 않았던 걸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특히 이런 에세이가 그렇잖아요. 작은 트리거만 있다면 금세 키보드를 두들길 수 있거든요. 제게 이번 트리거는 ‘라이스페이퍼’였지만, 8개월 동안 수많은 트리거들이 절 스치고 지나갔을 거예요. 당장, 지난 5월 다녀온 일본 록 페스티벌 ‘MetRock’도 그냥 넘긴 셈이니까요.


앞으론 그냥 놔버리지 않고, 문득 떠올라 만든 김말이 튀김처럼 작은 일상으로 할 수 있는 제 이야기를 다시 해 보려고요. 혹시나 제 브런치 업데이트를 기다리셨을 분들, 앞으로 사소한 제 이야기 자주 올려드릴 텐데 가끔 심심할 때 한 번씩 봐주세요. ‘미녀 가수’ 이규호가 10년 만에 낸 두 번째 앨범 타이틀 곡 <세상 밖으로>의 후렴구 가사로 이번 글 에필로그를 대신합니다.


오래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