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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05. 2021

인생이 지루하고 심심할 땐 록밴드를 만들자

그렇다고 슬플 때 힙합춤을 추지는 않습니다

내가 일도 아닌데 꾸준히 오래, 제법 괜찮게 한다고 생각했던 걸 생각해봤다. 사진? 글쓰기? 전부다 일로 하다 조금 늘게 된 것들이고… 기타를 오래 치고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했지만 잘 친다고 하긴 좀 애매하고… 그때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바로 밴드. 


처음 메탈리카의 음악을 접하고 ‘나는 꼭 커서 밴드를 할 거야’ 마음먹은 이후, 1996년 스무 살을 넘기면서 군생활 2년을 빼고는 한 번도 밴드 생활을 멈춘 적이 없다. 뭐 다른 뮤지션들처럼 음반을 낸 건 아니지만 내 곡을 써서 작업해 말도 안 되는 음원을 만들기도 하고 밴드 음악 대회 같은데 어쭙잖게 나가보기도 했다. 이제는 장비도 거의 준프로 뮤지션급으로 짱짱하게 갖췄고 어쨌든 그렇게 겉멋 팍팍 든 뮤지션의 삶을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현재도 코로나 19 때문에 밴드 합주는 멈춰 있지만, 단계가 내려가면 처음 의논하는 일이 ‘다음 합주는 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Gordin Multiac SA, PRS CE-22, 일본 ESP Self Made Strat, Suhr Modern Satin 등등. 지금은 없는 것도 두 대 있네

지금 글 쓰고 있는 내 작업 테이블을 한 번 둘러보았다. 왼쪽 스탠드에 세워진 일렉기타 세 대와 고딘 클래식 기타 한대. 벽면에 내 주력 일렉 기타인 John Suhr Modern Satin이 걸려있다. 그 한구석에는 앰프 대신 사용하는 기타 프로세서 Line6 Helix LT가 서 있고 오른쪽에는 요즘 자주 가지고 노는 Variax Standard가 서있다. 거치된 맥북에어에서는 음악 제작 소프트웨어 Logic Pro X가 돌아가고 있다. 저쪽 뒤 장롱 근처 벽걸이 스탠드에는 베이스 기타가 걸려있네. 이건 뭐 거의 뮤지션의 삶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 공간에서는 거의 밥벌이로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고 놀기만 하네.


10년도 넘게 글로 이야기를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내가 잘하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 하면 배두나라고 하겠지만, 그다음 좋아하는 건 당연히 음악. 그런데 그냥 음악 이야기를 하자니 음악에 대한 분석력도 일천하고 악전을 읽는 것도 아니라 그런지 잘 되지 않더라.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던 중, 내가 가장 오래 했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찾아보니 각 악기별 입문서는 있지만 밴드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해주는 책은 볼 수 없기도 하고. 


취미 밴드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뜻을 모으면 되는지, 어떻게 개인 연습을 하고 어디서 합주를 하면 되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느 정도 연습을 해 자신이 붙었다면 어떻게 공연을 하면 되는지, 어디서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을 내가 아는 것은 물론 주변 뮤지션과 음악 판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자세히 써보려 한다. 

‘취미 밴드’라 한정지 었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밴드로 음악을 시작하는 과정 그 자체다. 취미 밴드건 프로 밴드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만드는 그 과정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 모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소통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냐?’ 묻는 후배들에게 나는 늘 건방지게 이렇게 말했다. ‘일단 티켓부터 끊어. 그러면 다 돼’. 정작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티켓을 끊으러 티켓 부스에 접속도 못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렇게 선언한다. 


난 2021년 한 해 이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배두나 다음으로 사랑하는 음악과 그 산업의 저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렇게 질러놨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겠지. 내 이 작은 한 걸음이 ‘이정민’ 빡 박힌 책으로 나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앞으로 어쭙잖은 쩜오 취미 뮤지션의 글을 읽고 공감해줄 사람에게 미리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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