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이 음악 듣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까...
'좋은 소리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 등, 유선 이어폰 음질 찬양 글을 몇 개나 썼지만, 사실 나는 무선 장비를 좋아한다. 음악 작업 같은 레이턴시* 문제만 아니라면, 일상에서는 99.99% 블루투스 이어폰을 쓴다. 기타를 칠 때도 와이어리스를 쓰는데 뭐… 음 손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주로 밖에서 이어폰을 쓰는 게 무슨 스튜디오급 상황을 원하는 건 아니잖아? ‘원음과 똑같은’ 유선 이어폰의 음질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원음과의 차이를 ‘일부러 느끼려고 집중해야 알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니까.
내가 처음 블루투스 이어폰을 써본 건 2009년쯤? 아마 소니 제품이었을 거다. 제품명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아이폰을 쓰고 있었는데 인터페이스도 그리 편하지 않았고…. 블루투스 버전이 2.X였던가? 전송 속도가 꽤 올라가기는 했지만, 아직 음질 열화가 대놓고 티 나는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블루투스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도, 지하철 환승 구간 같은 데서 잘 끊기기도 하고….
하지만 2016년 에어팟이 시장에 등장해 불티나게 팔려 나가기 시작하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의 퀄리티는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중국제 3~4만 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도 전송 속도가 빠르고, 멀티 채널 연결이 가능한 Bluetooth 5.X대를 지원한다. 이제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려는 사람들은 브랜드나 기기 성능을 크게 따지기보다, 주머니 사정에 맞는 녀석을 고민해도 될 것 같다. 이유는 바로 ‘노이즈 캔슬링’ 때문이다.
1970년대 말, 항공기 조종사들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청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1980년대 이후 ‘Bose’ 제품이 압도적인 성능 우위를 보이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귓구멍을 물리적으로 막아 소음을 줄이는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 소음의 역상을 소리에 겹쳐 잡음을 없애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으로 나뉘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제품이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을 바탕으로 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는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블루투스 이어폰에는 외부 소음을 픽업하는 소형 마이크가 달려 있는데, 이 노이즈 데이터의 파형을 뒤집은 소리를 함께 재생하면 역상 데이터가 원래 소음과 만나 상쇄되면서 소음이 사라지게 된다. 좋은 제품일수록 노이즈 측정 마이크를 여러 개 탑재해 다양한 소음을 제거해 주는데, 소니의 WF-1000XM5는 유닛당 2개, 총 4개의 마이크를 탑재했다고 한다.
보통 블루투스 이어폰은 생활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쓰는 일이 많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유선 이어폰보다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은 중국산이라고 함부로 평가절하하기도 어려운 게, Redmi Buds 6 Pro 같은 비교적 저가 제품 역시 11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하는 등 음질이 꽤 좋은 편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켠 블루투스 이어폰은 ‘음악 위주’의 청취자에게 거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들을 때 잡소리가 끼지 않은, 순수한 소리만 들을 수 있으니까. 특히 지하철 같은 환경에서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멍 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히 분리된 느낌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경험은 처음이라면 음악 마니아에게 정말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히 ‘광나루역’을 비롯한 지하철 5호선처럼 소음이 굉장한 구간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노이즈 캔슬링은 필수일 수도 있다. 이 기사를 볼 때, 서울 지하철 5호선은 애초에 설계 결함이 있었던 거 같거든. 지하철 5호선에서 ‘Air on G String’ 같은 음악을 듣는 건, 노이즈 캔슬링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음악을 듣는 볼륨을 줄이는데도 도움을 준다. 내 방 같은 조용한 공간에서 이어폰 볼륨을 40% 정도 올리고 음악을 들었다면 지하철에서는 보통 70% 정도로 볼륨을 올리게 된다. 이건 외부 소음을 볼륨으로 누르려 볼륨을 올리는건데,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쓰면, 볼륨으로 소음을 이기는 대신, 소음을 제거해 주니 50%로 볼륨을 올리는 정도면 충분해, 귀에 무리를 덜 주게 된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에도 단점은 있겠지? 또 인이어 이어폰이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도 분명한 단점이 있을 거고. 이미 이 글이 2,000자를 넘어가는 상황이니, 인이어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기로 한다. 이어폰 추천도 좀 하고 말이야. 시리즈가 좀 길어지네...
*레이턴시: 블루투스 이어폰 같은 디지털 장비들은 소리를 받아들여 출력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주로 쓰는 기타 Wireless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꿔 보낸 후 말단에서 아날로그로 다시 돌리는데 10ms 이하 정도가 걸린다. 이정도는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 블루투스 이어폰의 경우, Blutooth 5.0 이상이라 해도 60ms 이상이다. 그렇다면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바로 재생되는 게 아니라 최소 60ms 이상 신호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니터링이나 믹스 같은 음악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