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털이라 총 비용 0원, 걸린 시간 10분 내외?
어차피 삶은 고기서 고기, Life is a Boiled Meat라잖아. 그래서 그런가? 마음이 헛헛할 땐 늘 고기가 땡긴다.
거짓말이다. 고기는 늘 먹고 싶은 거니까. 그런데 진짜루, 혼자 생각하며 한 잔하고 싶을 때는 늘 수육이 먹고 싶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갑작스레 뭔가 생각할 거리가 떠오르더라. 보쌈을 시켜 먹기엔 양이 좀 많고, 마침 좀 가난해져서 몇만 원도 부담이 되더라. 삼겹살을 근 단위로 사기에는 가격도 그렇지만… 그날따라 유달리 번거로웠다. 채소 같은 거 남는 것도 싫고.
냉동고에는 얼마 전 먹고 남은 슬라이스 전지 반 근 정도가 남아 있다. 냉장고를 털어보니 에어팟 두 개 정도의 무 조각과 양파 반 개, 마늘 두 알과 생강 엄지손가락 반만큼, 연필만 한 파 조각 두 개, 그리고 홍고추가 있더라.
일단 무를 제외한 채소는 모두 잘게 썰어 냄비 바닥에 잘 깔아주자. 무는 얇게 슬라이스해 그 위에 잘 펴서 깐 다음 맛소금을 좀 뿌리고 다시다도 한 스푼 넣었다.
종이컵 하나 정도의 물을 붓고 팔팔 끓어오르면, 깔아둔 무 위에 슬라이스 전지를 올리고 뚜껑을 닫아준다.
물 대신 양파나 파를 잔뜩 넣고 느긋한 불로 가열해 그냥 무수분 조리를 하면 채소 향도 고기에 더 배고 맛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러면 채소가 너무 아깝지 않나?
2분 정도 기다린 다음 뚜껑을 열어 붉은 빛이 보이지 않도록 고기를 잘 뒤집은 뒤 다시 뚜껑을 닫고 또 2분 정도 기다린다. 고기가 얇아 뭐 그 정도면 이미 다 익었을 텐데, 접시에 잘 담아내면서 후추를 솔솔 뿌려주자.
소스는 뭐 별거 없다. 후추+소금에 쌈장, 얼마 전 사 놨던 타코 시즈닝이면 되지 뭐. 마침 먹고 남은 쌈 채소가 있어서 같이 곁들여 봤다.
고추와 생강, 마늘과 양파가 잡내를 잡아주고 무가 연육 작용을 도와주니 고기 맛이 의외로 괜찮더구만. 이거 대패삼겹살로 해도 더 기름지고 좋을 것 같다. 냉털이니 실질 비용은 0원, 걸린 시간은 한 10분 내외?
배달을 시키거나 정식으로 보쌈이나 수육 요리를 해 먹는 것도 좋다. 그런데 혼자 먹을 거면 자투리 재료 처리할 겸 이렇게 간단히 요리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냉장고 파먹기가 뭐 다 그런 게 아닐까? 재료도 아끼고 좋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