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와 프로는 생계와 전문성의 차이지 대충과 열심히 차이 아님 주의
취미 밴드는 음악을 좋아하고 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밴드 형태로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다. 밴드가 원하는 음악에 대한 수준은 밴드 구성원들의 능력과 열정, 좋아하는 음악 성향은 물론, 밴드가 모일 때 합의한 음악과 사운드의 방향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무공 수련하고 대련하듯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해 프로 못지않은 레벨로 실력을 키울 수도 있고 밴드 멤버들과의 합의 하에 어느 정도는 느슨하게 연습하며 서로 공감대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밴드도 있을 것이다. 밴드원들과 충분히 방향성을 의논하기만 했다면, 두 경우 모두 전혀 문제 될 것 없다. 하지만 밴드 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의 의무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밴드 멤버들과의 ‘약속’에 대한 의무감이다. 뮬 게시판과 페이스북에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댓글로 ‘밴드를 망치는 빌런’ 사례를 공유받았다. 다양한 부류의 빌런 양상을 알려주신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이 지각이나 합주 결석이었다.
이전에 매주 금요일 합주하는 팀에서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금요일 저녁, 베이스 멤버가 ‘회사에 급한 제안이 있어 합주를 못 갈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이미 합주실에 다 모여있었던 다른 멤버들은 그냥 부근에서 술이나 마시려다 ‘바다 보러 가자’는 드러머 형의 말에 모두 차를 타고 안면도로 향했다.
음악 크게 틀어놓고 차 안에서부터 맥주를 마시다 화장실 갈 겸 행담도 휴게소를 들른 우리. 볼일 다 해결한 다음 다시 차에 타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그때 당시 막내던 여자 보컬이 외쳤다. ‘어? 베이스 오빠다!’ 으이그… 합주 째고 여자 친구랑 여행 갈 거면 걸리지나 말지….
합주실에서 연습을 하는 멤버들에 대한 불만도 많은 분들이 이야기해 주셨는데, 함께 연주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개인 연습을 자꾸 하면 한마디로 합주 전체가 ‘김이 샌다’. 한 파트가 갑자기 합주를 째거나 그날 연습을 해오지 않으면, 단순히 한 번 합주를 못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멤버들의 귀중한 시간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밴드 멤버들과 약속이고. 연습을 충분히 많이 한 다음 공연을 하게 되면 이제 관객에 대한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몇 년 전, 취미 밴드 세 팀이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다. 우리 팀은 가운데, A라는 팀과 C라는 팀이 맨 처음과 엔딩을 맡아 팀당 30분씩 무대를 가지기로 하고 연습하던 중 A팀에서 기타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A팀 세트리스트 중 끝에서 두 번째 곡의 인트로에만 어쿠스틱 기타가 필요한데 기타 멤버는 한 명이고, 마침 우리 팀 보컬이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로 그 부분을 연주해 달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우리 팀은 오리지널 튜닝이지만 A팀은 모두 반음 내린 하프다운 튜닝이라는 것.
그래서 ‘기타를 따로 준비해 주거나 원곡의 포지션, 핑거링과 다르더라도 카포를 끼고 키를 바꿔 연주하겠다’고 하니, 통기타도 없는데다 원곡이랑 틀린건 싫다며 그냥 우리 보컬의 어쿠스틱 기타를 반음 내려 그대로 연주해 달란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반음 내렸다 다시 온음으로 돌린 후 지속적으로 튜닝이 달라진다. 게다가 우리 팀 보컬은 악기에 익숙치 않은 초보 기타보컬.
그래서 ‘C팀과 밴드 순서를 바꿔 우리 팀 뒤 순서로 공연하거나, 해당 곡을 공연 시간 앞쪽으로 옮겨줄 수는 있냐’고 물었더니 ‘공연이 끝나면 한 멤버가 일찍 가야 해서 공연 순서도 못 바꾸고, 곡 순서는 공연의 스토리 상 바꿀 수 없다’고 하더라. 이렇게 되면 우리 팀 공연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서 세션을 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프로도 아니고 뭐 그리 깐깐해요?
아마추어가 적당히 하면 되지
그냥 적당히 시간이 없어 못한다고 거절을 했어야 하나. 순간적으로 혼란이 오고 자괴감이 들더라. 내가 적당히 대충해야 옳은건가...
밴드 멤버들 간 합주나 연습 태도에 관한 의무감도 중요하고 꼭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건 멤버 간 합의와 소통, 관계에 따라 느슨하건 팍팍하건 팀끼리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공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연은 내가 일부러 불렀건 알아서 찾아왔건, 관객들과 밴드 사이의 약속이다.
매번 사고치던 ‘튜닝 빌런’ 역시 공연 때만큼은 칼같이 튜너를 가져온다. 연습을 잘 안 하는 밴드 멤버라도 공연 전에는 확실히 노력하게 마련이다. 연주가 좀 부족한 밴드라도, 공연 때만큼은 자신들의 최대 기량을 보여주고 밴드 간의 좋은 합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말수 없는 보컬이라도 무대에서 무슨 멘트를 할지 생각하고 준비하며, 멤버들은 말이 끊기면 다른 멤버들이 언제든 끼어들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기타 스트링을 자주 끊어먹는 멤버라면 여분의 기타를 빌려서라도 한 대 준비해야 하고 키보드는 공연장의 악기 기종을 확인해 미리 톤을 찾아놓거나 사용법을 익혀 시간 낭비도 줄여야 한다. 후줄근한 차림 대신 공연 TPO에 맞는 의상을 준비한다거나 뭔가 볼거리를 풍성하게 준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마추어건 프로건 ‘무대는 무대’. 관객과의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기를… 아마추어는 수익을 창출하거나 바라지 않는거지 '대충'해서 아마추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