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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Feb 15. 2021

버스킹 하는 뮤지션은 거지인가

재주는 뮤지션이 넘고, 성과는 노들섬이 가져가는 노들섬 버스킹 프로젝트

*이 글의 제목은 한겨레21 통권 427호 피처 기사 '대한민국 사병은 거지인가'에 대한 오마주임을 밝힙니다. 뮤지션들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니 감안 부탁드립니다


어느 밴드 관련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노들섬에서 버스커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공유된 후 말이 많았다.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공간 제공 및 8개월 내 노들섬 내 합주실 5회 이용권. 라이브 영상 1곡 제작…. 선정된 뮤지션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이 정도다. 당연히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댓글로 이래저래 논박이 오간 후, 어제 해당 기획 담당자가 주최 측의 입장을 정리한 글이 올라왔다.


정중한 말투로 커뮤니티 관련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그들 생각에 ‘오해’라 할 만한 것들을 조목조목 짚은 글을 보고 그들이 뮤지션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깊이 느껴져서 화가 더 많이 나더라. 이 포스팅은 그들의 버스커 모집 기획과, 두 번에 이어진 해명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는 글줄이다.


해당 모집글에 댓글로 달린 첫 번째 해명과 ‘밴드하고싶당’ 페이스북 페이지에 직접 올린 두 글을 합치면 무려 6,000자, A4지 3장이 넘는 긴 글. 담당자의 논지는 이렇다.


1. 원래 버스킹은 유동인구 많은 곳에서 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누가 노들섬에서 버스킹을 하겠나. 페이로 섭외하면 되겠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의 버스킹은 아니다. 그래서 ‘유럽 등의 예를 참조하고 설문 등 조사도 해서 노들섬을 버스킹이 자발적으로 활성화되는 기반으로 만들기로 기획했다.

2. 버스커들이 필요한 것을 조사해 제공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라이브 영상 제작 제공, 작업 공간 및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후 음반 등 다양한 기획으로 확장을 준비 중이고 참여한 뮤지션은 물론 다양한 혜택을 공유하려 준비하고 있다.

3. 이것은 버스킹이고, 버스킹은 실외에서 가볍게 치르는 무료 공연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출연료는 지급할 수 없다.


언뜻 보면 모두 주최 측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자. 노들섬은 노들섬 사이트 내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공간 전문 기획사 (주)어반트랜스포머와 <클래지콰이>, <이바디>, <이승열> 등이 소속되어 있는 음악 레이블 ‘플럭서스’의 자회사 공연/프로덕션 전문 기업 ‘플랙스’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이 운영사들은 서울시민을 비롯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힐링과 체험 등 다양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동시에 대관과 문화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게다.


첫 번째 논지대로, 이 공간은 일부러 찾아와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만 버스킹이 활성화되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들섬을 찾게 되고, 이것이 대중에게 알려져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공간에 대한 가치는 상승하면 상승했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더 큰 이득을 보는 것이 운영 측이냐 뮤지션 측이냐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공간에 대한 홍보 이득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버스킹은 그들의 말대로 "뮤지션에게 제공되는 일방적인 혜택 아닌 이 된다.

두 번째로, 그들이 노들섬 공간을 이용하는 혜택 자체도 일방적인 수혜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노들섬 측에서 라이브 영상을 제공해 준다 치자. 그것은 아마도 노들섬 버스킹을 배경으로 촬영해 제작하는 영상일 것이고, 그 비디오를 뮤지션들의 채널에 올려 바이럴 된다면 공간의 홍보도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그 영상이 히트라도 쳤다면 되려 뮤지션의 채널을 통해 공간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 생긴다. 이런 것은 일방적인 수혜라 할 수 없다. 리허설 스튜디오는 8개월 내 고작 5회 사용할 수 있을 뿐이고, 선발된 뮤지션들은 이것들을 대가로 ‘자율적인버스킹을 8개월간 10 해내야 한다. 이게 담당자가 말하는 자유로운 스케줄인가…


가장 화가 많이 났던 부분이 세 번째다. 이 부분에서 제작자가 ‘버스킹’이라는 공연 형태와 ‘뮤지션’이라는 음악 노동의 기본 주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 앞서 첫 번째 논지에서처럼, 이 기획은 버스킹을 통한 ‘공간의 활성화 전제로 하고 있다. 노들섬 버스커 프로젝트 '노들버스커'의 기획자는 ‘버스킹은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라이브 공연을 제공하는 무료 공연’이니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 논리와 ‘상업적 논리로 출연료 이상의 이익을   없는 공연에 출연료를 지불할 기획자는 없다’는 논지 두 가지를 기본적으로 깔고 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주최 측이 아무 이득이 없을 때나 성립하는 말이다. 우리 서로 솔직해져 보자. 당신들, 음악 예능 <비긴 어게인> 분위기 내고 싶은  아냐? 그럼 그 정도 홍보효과는 내줘야 계산이 맞지. 그게 아니면 뮤지션에게 줄 수 있는 다른 뭔가를 기획하던가.

노들섬이 버스킹으로 활성화되어 주말이나 휴일에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면, 뮤지션들은 그들의 홍보 이외에는 아무것도 얻는 게 없지만 노들섬이라는 공간은 ‘공간의 유명세’와 함께 관람객들이 노들섬 내에서 쓰고 가는 비용에 대한 매출까지 추가로 얻게 된다. 아울러 성과가 좋다면, 운영사는 그것을 바탕으로 추가로 다른 수익성/공익 행사를 계약하고 서울시와의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겠지.


 ‘그건 이 글을 쓰는 작가의 뇌피셜 아니냐?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이득을 미리 예측해’라고 이야기할 사람도 있는거 안다. 하지만 이런 기획을 할 때 주최측이 그러한 이득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건 기획자의 자질 문제다. '우리는 법적으로 불법인 팁박스를 허가해주니 수익은 거기서 내라’는 논지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게 정말 불법이라면, 합법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일이다. 출연료 문제를 지적하는 뮤지션들에게 ‘공연을 보고 대가를 치르는 합법적인 팁박스 문화를 활성하는 관객 문화 캠페인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건 공간을 운영하고 기획하는 당신들의 일을 뮤지션에게 전가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뮤지션도 공연 당사자도 아닌 내가 이렇게 긴 글을 내가 쓰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뮤지션들이 받을 혜택이 아닌 정당한 '대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하면서 기획하라는 것이다. 출연료를 지급하는 것은 기획할 여력이 없을 때의 차선책 같은 해결 방법이다. 뮤지션들이 겨우 ‘출연료’에 화가 났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노들섬 측이 뮤지션을 이해하는 수준이 고작 그 정도인 것이다. 이래서야 8강 이하 출연료를 미지급한 음악 서바이벌 기획자들을 비롯한 ‘방송국 놈들’과 당신들이 다를게 뭐가 있나. 거긴 홍보 효과나 좋지.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이용하는 전용 스튜디오(영상 촬영 위주), 리허설룸 활용(10개월간 5회), 공연 인프라의 혜택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월세를 여러분이 시민에게 음악으로 돌려주기를 바란다’는 말,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 정도로 8개월간 20개의 팀이 각각 “자유롭게” 10번의 버스킹을 하는 대가로 충분한지… 옘병. 아마추어 취미 밴드인 우리 팀도 1주일에 한 번은 리허설 스튜디오서 합주한다 이 사람들아. 아, 버스킹은 공짜 공연이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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