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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맞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by 길문

전시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2022.9.21~2023.5.1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 원형전시실

https://www.kguide.kr/mmca001/



가까워서 갔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근처에 사는 장점을 최대한 누려보고 싶었다. 결국, 누렸다. 끝. 이러면 재미없지 않을까? 찾아보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2022. 8. 12.(금) - 2023. 4. 23.(일) 이 열리고 있다. 이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근처에서 밥 벌어먹는 장점을 누려야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 봤던 것 같다. 엄청난 예약전쟁을 치르고 나서였다. 언제더라?


불세출(?)의 기업가 이건희가 죽고 나서 이어졌던 전시회를 여러 개로 쪼갠 것 같다. 기업 삼성과 기업가 이건희에 대한 평가는 마시라. 이게 목적이 아니고, 누군가 죽었는데 그 누군가 미친 선한 영향력. 이걸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갈 거고 그때마다 이렇게 기억해야지. 이게 목적이다.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이 전시 기획자는 20세기 서양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간 여덟 명의 거장이 파리에서 맺었던 다양한 관계를 아름다운 순간이라 명명해서 기획을 했다고 한다. 엄청난 작품수가 있었는 줄 알았는데 딸랑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이다. 별거 없을 것 같지? 수로 보면 밀릴 것 같은데, 이게 진본이고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속물이다. 그렇지만 계산이 안된다. 당연히 미술 가치를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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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카미유 피사로,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오귀스트 르누아르, 호안 미로. 어디서 들어본 이름도 있고, 누군 생소하기도 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읽은 책과 귀동냥으로 들은 내용을 기초로 아는 체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전시 그림 소개하려고? 아서라 아서. 네 지식 바닥인데 누굴 가르치려 들까? 그냥 전시 인상비평씩이나, 인상 쓰기나 해야겠다. 인상 쓰기? 마스크 써서 드러날까?


그림 첫 순서는 폴 고갱의 "센강 변의 크레인(1875)"인데, 그냥 첫 번째로 걸린 그림이다. 두 번째 그림은 카미유 피사로인데 그림 제목이 "통투아즈 곡물 시장(1893)"이다. 고갱의 스승이 피사로인데, 고갱이 인상주의 풍경화를 완성하도록 많은 후원을 했다고 한다. 이래서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순간이 아니게 된다. 지금 이게 누군가의 기획 속에 드러나게 되고. 그래서 거장이 되어야 한다. 거장들이나 되니, 그들의 만남들이 누군가 기억해서 훗날 기획으로 빛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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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클로드 모네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자연의 색채와 형태가 빛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그림 속에 포착했다고 한다. 모네는 물과 안개, 눈과 바람 등 유동적이고 변화가 많은 자연 풍경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하면서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이다. 르누아르는 카페나 유원지에서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면서 그린 그림이 "노란 모자에 빨간 치미를 입은 앙드레(독서)"인데, 이게 1881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르네상스 미술에 매료된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미술계의 거장 피카소(1881~1973)는 1904년 스페인을 떠난 후 불가 10여 년 만에 청색시대, 장밋빛시대, 입체주의시대를 거치며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오르면서도, 르누아르의 작품을 받아들이고 존경의 뜻으로 르누아르의 초상화도 그렸다고 한다.

b8a751dc-8950-4feb-8b38-1b9b884952d8.jpg 켄타우로스 가족(1940).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58455

호안 미로(1893~1983)와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파리를 찾았을 때는 이미 피카소는 파리에서 거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달리에게 피카소를 소개해주고 초현실주의 작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이가 바로 미로였다고 한다. 입체주의의 거장이 된 피카소와 이들 트리오의 공통점을 볼 수 있는 작품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1940)"인데, 이 작품은 신화를 다룬 작품으로 피카소의 도자에서도 볼 수 있다. 미로의 "회화(1953)"는 사람과 새를 주제로 했는데(제목 큰 사진), 피카소의 도자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마르크 샤갈(1887~1985)의 회화에서는 염소나 물고기 같은 동물들, 꼭과 정물,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풍경들이 가득한데, 이는 피가소의 도자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인간, 동물, 자연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샤갈도 당시 피카소에 의해 유행하던 입체주의 미술에 영향을 받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화면을 분할하는 구성법을 시도했는데 그 작품이 "결혼 꽃다발(1977~197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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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큰 새와 검은 얼굴들(1951) & 마르크 샤갈 "결혼 꽃다발(1977~1978)" 등

대가가 뭘 하면 그게 다 '작품'이 되는 게 자연스럽지만, 피카소가 만든 도자들을 보면 예사스럽지 않다. 당연히, 후광효과가 작동된 때문인데, 그렇다 치더라도 대가작품이니까 그 뿌듯함을 넘어 집에 한 점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난다. 평생 가보로 보관하고 싶을 만큼, 개성이 두드러진다. 작품을 보는 눈은 없지만, 이런.


아래 도자들을 보면 개성이 넘친다. 흠, 대가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팍 박혀서 그런 거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다. 정말 국립현대미술관 가길 잘했다. 오늘 하루 칭찬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파리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에 이런 작품들 있어서 마구마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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