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

팀 마샬(2021). 지리의 힘. 사이

by 길문

땅따먹기. 누가 잘했을까?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지구의 다른 이름이다.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 사진을 보고 붙인 이름. 칼 세이건이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지구를 찍게 한 이유를 그는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는데, 그 보잘것없다는 지구에서 인간이란 동물이 땅따먹기 하느라 혈안이다.


찰리 채플린이 말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말. 이 명언을 칼 세이건이 지구를 보고 지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에 적용하면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 같다. 멀리서 보면 푸른 점처럼 지구가 멋지게 보여도, 돋보기로 들여다본 지구는 곳곳에서 열심히 땅따먹기 하고 있다.


하다 보니 (지리의 힘, 2021)보다 (지리의 힘 2, 2022)를 먼저 읽었다. 전자의 책이 총론 같고 후자의 책이 각론 같지만, 어떻게 읽든 그 지구에 사는 동물 인간이 지능이 높아서 그런지 더 야비하고 비열하고 추악한 것 같다. 처음 『지구의 힘 2』를 읽고 든 생각이 '동물의 왕국'이 따로 없네였는데, 『지구의 힘』도 역시 별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차이는, 먼저 읽은 『지구의힘 2』이 보다 더 심했다는 생각. 각론이기에 보다 세세하게 서술이 되었으니. 지리를 중심에 놓은 국제관계 말이다. 『 지구의힘 2』의 구성은 전편보다 세분화되었었다. 유럽의 경우 영국과 그리스, 터키, 그리고 스페인으로 나눠 서술. 아프리카는 사헬지역과 에티오피아로 구분했고, 중동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로 세분했다. 그러니 실상이 더 드러날 수밖에. 여기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우주를 더했는데, 마지막 장 우주는 첫 번째 책에서 마지막으로 북극을 저술한 것처럼 우주를 서술했는데, 시각이 신선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주는 몇 차원?


책의 핵심을 작가가 지적했다. '인간이 지구 지리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것처럼, 지리라는 제약과 이와 겨루는 인간의 본성 또한 정복하지 못했다.' 우리가 중력을 이겨내 우주로 날아가 그곳에서 멋진 지구를 보는 수준이지만, 지구 안에서 자원에 대한 탐욕과 원초적 경쟁만큼은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고. 이 책은 지리적인 장단점이 정치와 경제, 국제관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이를 지정학(地政學, geopolitics)이라 부르는데, 이 도구가 얼마나 유용한지 충분히 보여줬다.


아쉬운 건 시차였다. 원래 『지리의 힘』이 출간된 게 2015년이고, 우리말로 번역된 해가 2021년이니까. 이게 책의 단점이다. 6년이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던가? 국제정세에서는 그게 얼마나 긴 시간인지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예를 들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만 하더라도 그렇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푸틴이 '특별 군사작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작가는 책 서문에서, "만약 신이 우크라이나에 산악지대를 펼쳐두었다면 건너편 세력들이 북유럽평원이라는 넓은 평지를 넘어 그처럼 꾸준히 러시아 땅을 침략하고픈 유혹을 느낄 일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는데, 현실은 반대 아니었을까?


오래전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모스크바로 진격한 것만 보면 이 말이 타당했지만,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부활을 꿈꾸던 푸틴의 침략으로 작가의 말이 다르게 들렸다. 이로 인한 나비효과가 강력하게 작동되어 현재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식량 부족과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것.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히말라야 산맥 같은 장벽이 있었다면, 푸틴이 어리석게 유럽을 넘보는 일이 생겼을까?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명분 중 하나인 나토의 동진을 막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발트 3국과 핀란트까지 나토에 가입한 부메랑 효과를 어떻게 변명할까? 최근 벌어진 프리고진이 모스크바까지 진격했으면? 아쉽지만 책이 쓰인 건 2015년 아니던가. 우린 지금 2023년을 살고 있고. 책은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북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렇게 보고 저렇게 봐도 확실한 건 중국이 확실한 키플레이어라는 것. 그들 바람처럼 세계 최강이 될 수 있을까?


일대일로, 전랑. 요즘 상식이다. 이 단어로 표현된 지금, 세상에서 넘버 원이 되려는 국가가 있다. 15세기 정화함대를 앞세워 세상을 호령했던 그 중국이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그랬으니 중국이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장대하다. 아프리카부터 남미, 남중국해, 인도양, 태평양까지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리의 장점으로 대륙 강국에서 해양 강국으로 나서는 건 이미 티베트를 넘어 이슬람 세력을 막는 방어벽 신장지역까지 접수한 후였다. 인도가 비록 티베트 망명정부를 인정한 갈등은 전체 대세를 거스르기 힘들다. 중국으로의 동화는 엄청난 한족 인구가 이동하면서 해내고 있다. 미국이 약간 힘이 빠져 발을 뺀 곳에 중국이 재빠르게 치고 들어갔는데, 이건 시간문제였다. 이젠 한반도만큼 갈등이 고조되는 남중국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이때 대만은 그들에게 지나가는 바람이어야만 한다. 남중국해는 해양국가 재패를 노리는 중국이 필히 넘어야 할 파도. 생존을 위한 해상 항로이면서, 천연자원도 깔린 곳.


아직까진 땅따먹기 최고 강자. 독립전쟁 자체가 지리 확장이 된 미국.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멕시코로부터 텍사스를 접수하고,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까지. 그런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지나 패권국가가 되었다. 앞마당 카리브해까지 넓힌 힘은 막강한 해군력 때문. 이제 세계분쟁지역에서 벗어나 국내에 집중할 즈음 중국이 부상해서 자꾸만 미국의 신경을 거스른다. 미국에 부정적인 남미와 쿠바 등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동 국가들과의 알력. 특히, 유럽에서 점차 힘이 빠지던 찰나 고맙게도 러시아가 사고를 쳤다. 중국이 야금야금 파워를 발휘하는데, 대외적으론 정치가 대내적으론 경제가 변수로 떠오를 때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유럽. 이곳 핵심의제는 EU로의 경제통합. 비록, 삐딱이 영국이 빠졌지만. 지금 영국이 배 아파할까? 그들에겐 서로 신뢰가 가장 커다란 자산일터. 그런데 이 흐물흐물한 관계를 굳건하게 해 준 게 푸틴의 도박이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서로 힘겨루기 했었는데, 소련이 뛰어들었다. 군사적 긴장만 없으면 지역 차이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건만. 유럽 경제대국 독일이 러시아와 사이가 좋았는데. 이때까지 그리스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남유럽을 언제까지 지원할지 고민이었던 유럽. 경제뿐만 아니라 나토로 대표되는 군사협력까지 덤으로 해결 중. 이들에게 제국주의 망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러시아와 부상하는 중국이 변수. 중국은 친구일까? 군사적 경쟁상대일까?


러시아는 유럽일까? 엄청난 영토만큼 세계를 향해 힘자랑하는 러시아. 지리가 발목을 잡아 부동항을 얻고자 하지만, 오히려 온난화가 답이 될 수도. 북극권이 녹고 있으니. 1990년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것을 푸틴이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지적, 그 야욕이 그의 권좌를 얼마나 지키게 할지. 서방의 모르쇠로 가능했던 크림반도 장악까지만 멈출걸. 욕심이 과해서 체한 걸까? 한때 소비에트 연방 국가 중 일부가 친서방으로 돌아선 게 곰의 야욕을 더욱 부채질했지만. 조지아와 몰도바까진 좋았는데. 러시아가 발톱을 드러낸 배경엔 엄청난 가스와 석유가 이를 가능케 했지만, 중국은 언제까지 뒷 배가 돼줄까?


18세기 한국은 '은자의 왕국'이라 불렸다. 은둔하지 않고 일본처럼 개방을 했더라면 조선이 몽골, 명나라, 청나라, 일본의 침략을 막을 수 있었을까? 강대국의 경유지. 작가의 시선을 반박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반도의 분할은 필연? 한반도가 38도선으로 분할됨으로써 명줄이 잡혔으니. 일본의 항복으로 해방된 한반도에 대해 미국의 명확한 전략이 없었다는 게 치명적이다. 그때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를 바꾼 게 북한의 오판. 그래서 벌어진 전쟁에서 중공군의 역할은? 중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가정은 사치지만, 그 후 북한이 갖은 핵무기는 이곳을 자꾸만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략에 따라 우방이 되기도 하고 청산할 과거도 되는 일본. 일본의 관심은 여전히 한국이 아니다. 전쟁이 가능한 나라가 될지 아닐지 그게 서구의 관심일 텐데, 이건 전적으로 중국에 달렸다. 중국이 호시탐탐 남중국해를 노리고 있으니. 천연자원이 부족하면서도 경제 대국이 된 일본에겐 역시나 러시아보다 중국이 근심거리. 섬나라란 지리적 제약이 해양강국으로의 야망을 드러낼 수밖에. 그래서 구원인 한국보다 북한과 중국이 더 중요한 일본. 친구가 되면 좋으련만, 엔화가 약세일 때 견문을 넓혀보는 건 어떨지. 이게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다.


아프리카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갈등과 대립의 지역 라틴 아메리카. 대항해시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일부 유럽국가를 탓하기엔 그들 스스로도 능력과 역량이 부족? 현실은 그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멕시코 국경부터 저 아래 케이프 혼까지 그 방대한 땅이 라틴어라는 언어적 장점이 다섯 개 지역으로 나뉜 기후를 넘어서지 못한다. 멕시코는 사막과 산맥, 그리고 정글까지. 페루에서 브라질을 횡단하는 거리는 무려 5,149km. 전체적으로 남미대륙의 최대단점은 수심이 깊은 천연항구가 없다는 것. 남아메리카 남부 지역이 경작과 개발이 가능한 지역. 유순해 보이는 라틴 아메리카도 멕시코와 미국의 분쟁부터, 최근 니카라과 대운하 건설을 통해 이빨을 드러낸 야수 중국이 노리는 땅.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중앙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에 브라질까지. 포틀랜드 제도를 잃은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우호적으로 변해도 인프라 부족과 불안정한 정치, 기존의 불평등한 경제구조로 자기 잠재력을 넘지 못하는 상태.


가장 불행한 대륙 아프리카. 서구 열강이 입맛대로 정한 국경선이 족쇄. 최악의 지역 사헬이 아니어도 불행이 머무는 땅. 강과 해안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 강은 멋진 폭포로 이어져 관광산업에 도움 되는 게 다행. 수단, 소말리아, 케냐,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말리 등 수많은 민족 갈등이 벌어지는 곳. 대륙 상부에 위치한 모로코,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 등의 국가는 사하라 사막으로 막혀있고. 여기에 기후까지. 더운 날씨로 말라리아와 황열병, 모기와 체체파리까지. 인간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지역. 인종과 민족과 자원갈등까지. 언론에 끊임없이 보도되는 살육과 광기의 나라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르완다, 부른디, 탄자니아, 잠비아 까지. 그럼에도 나일 강이란 수자원의 혜택을 받는 곳과 엄청난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 국가도 상존. 나이지리아에는 보코하람이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까지 준동하고. 풍부한 원유가 묻힌 앙골라도 불안정한 정국이 변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남아프리카공화국만 빼면, 중국이 미국이 빠진 자리를 욕심으로 채우는 중. 중국이 원하는 건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아니라 석유, 광물, 귀금속, 시장.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튀르키예, 예맨, 이란 등 중동(middle east) 지역 또한 서구 열강에 의해 영토를 결정. 오스만 제국 이후 끊임없이 폭력과 극단주의가 판쳤던 곳. 초기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맺은 사이크스-피코 협정이 시발. 지역과 민족과 종교가 어울려 불협화음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곳. 서기 632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후과가 두고두고 후환이 되는데, 이게 종교 때문인지 권력다툼인지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수니)'이나 '알리의 추종자(시아)'들이나 전쟁과 분쟁을 만드는 세력들의 사심 때문이겠지? 이란, 이라크, 사우디, 튀르키예 등 이 지역 전통 강자들 사이에서 쿠르드 족은 양념? 쿠르드 족이 뭉친다면 신흥 지역강자로 부상하련만. 예루살렘은 유대교뿐만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도 성지로 여겨지는 곳. 미국을 넘어 이제 중국까지 눈독을 들이는 중동. 여기에 이슬람 근본주의로 회귀하려는 튀르키예는 유럽의 왕따? <아랍의 봄>은 지나친 기대였음.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가 국가를 나눈 곳. 민족이 종교로 분리. 파키스탄은 인도에 의해 동서 분단이 되었지만 방글라데시와 결속이 가능할까? 파키스탄 보다 인도가 정치와 경제가 안정됨. 불교가 인도에서 비롯되었는데, 인도는 힌두교가 국교로 자리 잡고. 파키스탄은 이슬람교가 국교. 둘 다 핵무장 국가라는 공통점. 여기에 시크교도의 본거지 펀자브 등 갈등의 중심지. 카슈미르는 파키스탄과 인도가 힘 겨루는 곳. 인도와 중국이 서로 돌격 전을 벌여 세상의 관심을 끄는 곳. 이곳에서 중국은 파키스탄과 미국은 인도와 가깝게 지내고. 이를 통해 서로 견제하고. 인도와 중국은 결국 경제가 핵심. 두 나라 격차가 크지만 장기 전망은 인도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


19~20세기 영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주도권을 두고 벌였던 다툼을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한다. 이제 북극에서 뉴 그레이트 게임이 벌어질 것이라 전문가들이 예측. 기후변화가 변수가 된 곳. 북극 땅이 녹아내리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확보전쟁이 벌어질 예정. 작가는 이곳에서만큼은 게임이 달라져야 한다는데, 게임 당사자들이 달라지지 않으니 크게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길게 이 지역에서 패권을 준비한 러시아가 유리한 상황. 북극이 녹으면서 자원 확보전쟁뿐만 아니라 물류 전쟁까지 예상되는 곳. 현재 북극연안 5개국 캐나다. 러시아,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 핀란드, 스웨덴 등이 협력해 북극이사회를 만들었다. 여기에 일본과 인도, 중국, 한국까지 현재까지. 쇄빙선 숫자와 북극 개발 전략과 전술을 보면 러시아가 단연 선두지만. 결국은 땅~ 따먹기. 누가 최종적으로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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