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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문 Aug 20. 2024

망원동 날리 브루스?

김호연(2013). 망원동 브라더스. 나무옆의자.

자꾸만 브라더스가 아니라 날리 브라더스로 들리지? 작가는 분명 제목을 망원동 브라더스라고 했는데, 날리 브루스라고 읽히기도 하고. 내가 삐뚤어진 것이 맞다. 세상을 삐뚤게 보자 세상이 삐뚤어진 것 같다. 아니, 세상이 삐뚤어져서 제대로 봐도 삐뚠 것이.


소설 주인공은 네 명이다. 아, 작가가 누군가 했더니 불편한 편의점을 썼던 작가다. 제목이 독특해 글발이 쎄군 했었던 작가. 다시 책으로 돌아와 주인공을 보면 오 작가, 김 부장, 삼척동자, 싸부. 어찌 보면 사회에서 루저 같은 이들을 예쁘게 가꿔놓았다. 루저라고 영원한 루저겠는가. 그저 그런 루저 얘기라면 무슨 재미가 있다고.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들 네 명이 망원동 8평짜리 옥탑방에 모여들게 된 사연이 주가 된다. 어떻게 이런 맛깔난 책을 쓸 수 있지 했는데, 목차가 답을 말해준다. 


목차가 엄청 세밀하다. 구성을 세밀하게 짜서 그 안에 스토리를 텀벙 텀벙 던져 넣었다. 잘 짜인 스토리. 이런 것이 진짜인지 묻지 마시라. 소설이다. 소설. 소설이 얼마나 멋지던가. 누구에겐 소설 쓰고 앉아있네, 할 때 그 소설로 구라 치지 말라는 의미이지만. 이것도 구라긴 구라지만 재미있다. 


희망이 듬뿍 담긴. 인생은 아름다워를 외치게 되는 찌질이들. 이들은 백수가 아니라 나중에 백조가 되는 이야기. 아름답다! 이런 것이 인생이라면 날리 브루스를 칠 텐데 말이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30대 백수 오영준은 만화가다. 혼자 옥탑방에 사는데 항상 주머니에는 돈이 간당간당하다. 어느 날 자기 책을 내준 출판사 영업부장 출신 김 부장을 만난다. 그는 얼마 전 캐나다로 이민을 갔는데 아내와 딸을 내버려 두고 돌아왔다. 호기 어리게 이민을 가놓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 결국, 돈이다. 그것 때문에 영준은 동거인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월세나 어떻게 나눠낼까 하고. 싸부는 싸부라면 뭘 제대로 가르친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싸부를 선배 돌잔치에서 해후한다. 백수인 그가 잔치에 간 건 학습만화라도 그려 생계를 유지하려니 인맥이 없다. 어떻게든 그 인맥이 만화를 그려달라 맡겨야 하는데, 그건 출판사에서 하는 거고. 그건 인맥이 닿아야 하는 일. 그러니 잔치에 찾아갔다가 사부라는 혹을 달게 된다.


요렇게 세 명이 옥탑방에 동거하는데, 삼척동자가 끼게 된다. 아는 척, 잘 사는 척, 잘생긴 척해서 삼척동자는 근처 고시원에 사는데, 사법시험에서 공무원 시험으로 낮춰도 도무지 시험을 합격하지 못한다. 게다가 사부는 말이 사부에다 같이 살던 아내한테 황혼이혼까지 당하는 신세. 나중에 밝혀지지만 삼척동자는 엄마가 정실이 아닌 후실, 그녀의 아들이라는 것도 밝혀지고.


여기에 조연 옥탑방 주인이자 슈퍼를 운영하는 할아버지. 나머지 한 명은 나중에 오영준의 여자친구가 되는 수유녀. 찌질하고 궁상 같은 얘기가 재미있는 건, 그걸 슬프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 그걸 유쾌하게 다뤘다는 것. 그러니 재미있다는 것. 그렇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 특히, 마지막 누군들 이렇게 살고 싶을까 해서 작가는 결과도 유쾌하게 맺는다. 술 말고 뭐 잘하는 것이 없는 사부는 황혼이혼하는 마당에 욕정이 남았는지 옆집 40대 아줌마한테 들이댄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집에 불이 나고, 그 집 모녀를 구하는 것이 TV에 나와 영웅으로 재탄생. 그로 인해 그 집 아줌마와 결합하고 지방 대학에 강의도 하게 되었다는.


김 부장의 마구마구 해장국이 마침내 대박을 내서, 기러기 아빠 신세를 벗어난다. 기러기 딸과 마나님을 불러들여 오손도손 잘 살아갈 것 같이 끝내고. 알고 보니 진짜 잘생겼고, 잘 살고, 고시 준비를 오래 했으니 아는 게 진짜 많았던 삼척은 김 부장 사업을 프랜차이즈까지 발전시킬 인물로 묘사된다. 진짜 주인공 오작가는 순만화를 그리다 생활고로 학습지 만화를 그려야 하는 팔자였으나, 여자 선화와 침대를 같이 쓴 후 웹툰 작가로 발돋움한다. 임시직을 전전하던 선화는 슈퍼 할아버지 덕분에 부동산 중개인이 되려고 하고. 하기사, 이들 찌질이들이 결과가 나빠봤자 얼마나 나쁠까? 그러니 작가는 해피앤딩으로 책을 마감하려고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후문이 있었고.


이렇게 망원동 지찔이들이 옥상에 모여 날리 브루스를 신나게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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