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 임경선(2017).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예담.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심리적으로 가깝지 않은 이웃. 정말 그럴까? 아주 오래전 출장이란 명분으로 도쿄에 들렀던 기억. 뭔가 익숙한 것 같은데, 많이 다른. 그게 일본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 후 일본의 명산 북알프스에도 올랐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두 번 갔다. 그중 하나가 북알프스. 다시 가고 싶은 산. 그때 그 푸른 하늘 친구 삼아 3천 미터 급 능선을 걷는 기분이란. 아직도 기억난다.
하늘이 그냥 파랬다. 하얀 구름 빼고. 멀리서 보였던 후지산. 조만간 다시 간다고 하다, 간 것은 내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그것도 시간이 쑹하고 가버렸다. 말도 없이. 어느 날 후배가 북해도 가자고 했었다. 일 때문에 못 간 것은 맞지만, 밀려오는 후회가 그렇게 큰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든 생각. 기회가 오면 잡아라.
그랬던 일본. 어떤 정치인들이 잠시 친일 왜구라 부르며 일본 그 자체를 정치적으로 활용했었는데, 그런 그들은 지금 뭐 할까? 일본에 대해 알기나 알까? 그저 인간이란. 여기저기서 일본이 선진국의 대열에서 이탈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는 시점에 이 책을 읽었다.
지금 작가가 한국에 사니 교토에 다녀왔습니다가 틀림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선 든 첫 번째 생각. 이 책은 그냥 지나가는 방랑객이 쓸 수 있는 여행기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어릴 때 일본에서 살았다던데. 고등학교까지 다녔었다고. 그것 때문이리라. 이 정도 여행기라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린 이유는 단순했다. 제목 때문이다. 교토에 가보지 못했으니 다음에 가봐야지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고른 책. 그래서 도서관에서 읽다가 빌려서 집에서 다 읽은 책. 알고 나니 작가가 유명했다. 소설가이면서 에세이스트. 다른 책은 잘 모르겠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문체는 정갈했다.
사진은 과하지도 않았고, 문장 안에서 적절하게 소화되었다. 직접 찍었나? 그랬다면 작가가 사진에 대한 감성이 높다. 글도 잘 쓰고, 사진도 잘 찍고. 그런 배경엔 역시 편집과 출판의 힘이 작동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핵심이 아닐 거다.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다 바로 포기했다. 왜냐고? 이 책은 살아보지 않았으면, 나오지 않을 내용과 감성이 주를 이룬다. 그저 유명 관광지를 훑는 여행기가 판치는, 그런 책들도 당연히 필요하기에, 그래도 여행을 좋아한다면 편견은 금물이기에, 책에 대해 느낀 감정이 오래갈 것 같다.
이 느낌 뭘까? 평온한 아침에 듣는 재즈음악? 아무리, 한 달 살기 등 여행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등장해도 교토에서 한 달 산다고 이런 감성이 들까? 아니지.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감성까지는 말이다. 여기에 언어는 어떡하지?
작가는 교토를 감각의 도시인 도쿄와 달리 정서의 도시로 본다. 그래서 그 정서를 매혹적으로 서술했는데, 그래서 작가의 의도대로 매혹이 되었다. 교토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꼭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 세 번째 방문하면서 작가는 그곳에서 한 계절 정도는 보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유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고, 일본인의 감각과 정서가 이해된 상태에서 교토를 세 번이나 방문했다면. 그것도 마지막은 계절 하나를 온전히 거기서 보내고. 그래서 배 아프다고? 부럽다고?
이 책이 줄 미덕은 작가가 방문했던 서점, 사찰, 식당, 카페, 상점 등을 방문해서 느낀 소감들을 작가가 느낀 감성과 비교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주는 것이다. 어떻게 다를지. 작가와 나는 말이다. 당연히 다르겠지만. 아마도, 지금 느끼는 감성이 무언가 허전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고, 지난 흔적들을 보듬고 싶을 때 방문했으면 하는 도시가 충분히 될 것도 같다.
적어도 이 책에서 느낀 점만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누구든 그럴 때가 있지 않던가. 그럴 때 꼭 교토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살다가 그런 생각 안 들면 도쿄 가라고? 그러고 보니 두 도시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방인으로서 말이다.
사족이지만, 부모 잘 만난 것도 여행만 보더라도 복인 것 같다. 어릴 때, 부모덕에 영국에서 오래 살다 왔던 친구가 생각난다. 유창한 영어. 그보다 더 부러웠던 낯선 문화에 대한 체험. 그게 정확히 뭔지 몰라도.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그래서 길지 않게 외국에서도 살아봤지만. 좋았다. 아주 좋았다.
여린 감성이 외로움을 버텨내지 못한 것만 빼면, 그래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또 그렇게 살고 싶다. 어차피 현실은 여기나 외국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도 그러고 싶다. 그러면 뭔가 풍요로워질 것 같은 기분. 내 안에 뭔가가 채워져 자부심이 나를 하늘로 뿡하고 날려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