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 조르주 페렉(2019). 공간의 종류들. 문학동네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비평가이면서 영화제작도 했다. 그는 사소한 일상을 그의 책에서 치밀하게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한데, 공간의 종류(2019)는 그가 살아서 쓴 유일한 산문집이라고 한다. 프랑스 철학자 폴 비릴리오가 쓰라고 해서 썼는데, 폴 비릴리오는 누구지?
우리는 살아오면서 자기가 사는 공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그는 했다. 했으니, 이 책을 썼겠지. 이 책을 프루스트의 장편소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비견되는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라고 하는데, 이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그것도 읽어본 독자. 이 책을 통해서야 조르주 페렉이 누군지 조금 알게 되었다. 프랑스 문학계의 악동? 그래서 그를 한 번 따라 해 봤다.
조르주 페렉 따라 하기
· 페이지 – 여기다 뭘 쓸까? 일기? 소설? 에세이? 쓰다 보면 써지는 글. 그래 이게 답이다. 그게 소설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할까?
“오랫동안 나는 글을 쓰다가 잠들었다.” ----> 이런 적이 없다. 졸려서 그냥 잤다. 글을 쓰다 잠들었다는 남들처럼 그래 보고 싶다.
· 침대 – 침대는 하나다. 퀸 사이즈. 딱히 여기서 뭘 한 것이 없다. 잘 때 스마트폰보다 잠드는 게 전부다. 오, 그러고 보니 달빛이 스며들 때 정말 좋다. 달빛이 침대에 몰래 온 날. 은근, 낭만적이다. 그거 아는가? 해 뜨 는 곳과 달뜨는 곳이 같다는.
· 방 – 집에 살면서 지금까지 딱 한 군데에서만 잤다. 이런, 이제 바꿔야지. 다른 방에서도 자야지. 방 많은 게 적은 것보다 좋다.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시간이 걸린다. 청소할 때 빼고 좋다.
· 아파트 – 탐욕, 욕심의 산물.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이게 없으면? 계단? 글쎄, 계단을 아무리 생각해도 계단은 계단이다. 아파트에서 말이다.
· 건물 - 요즘엔 삶과 유희가 하나로 이뤄진 곳. 5월 5일 여기서 잔치가 열렸다. 즐거워하는 많은 아이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날 데리고 이곳에 와서 같이 놀아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소설 구상! 친구 고급문화 입성기 쓰고 싶다. 소설로 말이다. 그냥 우화. 비판은 무슨!
· 거리 – 거리 어딜 말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대공원 가는 거리? 인사동 거리? 페렉은 평행으로 줄지어 서 있는 건물 두 열이 거리라는데, 그를 따르는 게 더 생동감이 더하다. 그런데 이는 유럽에나 해당될 듯하다. 그리 많은 생동감은 아마 강남역 주변 정도? 또 어디?
· 구역 – 아, 이거야말로 정말 프랑스적(영화 13구역)이다. 무슨, 갱단도 아니고. 영화에서나 볼라나? 그런데 홍대 구역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에겐 홍대 앞이 감성에 맞는다.
· 도시 – 서울 아니면 지방 소도시? 확실한 것은 도시는 전체 면적이 시골 면적보다 작다. 거기에 우글거리고 산다. 무슨, 벌레도 아니고.
· 시골 – 주말마다 마주하는 곳. 다 큰 강아지 2마리와 아버지가 계시는. 누군가에겐 로망. 전원주택 없어도 시골은 전원이다. 이게 맞다. 페렉은 시골이 존재하지 않는다던데, 무슨 개(?) 소리! 거기에는 계절이 있다. 시간이 있다. 공간에 시간 말이다. 시간과 공간이 함께 어울리는 시골이 좋다. 가서 살아봐라. 곤충들 때문에 귀찮지만.
· 나라 – 1. 국경 : 국경은 선인데 넘을 수 없다. 거긴 다른 세계다. 그래서 선은 그냥 선이 아닌 투명한 결코 넘볼 수 없는 선이다. 나라가 국경에 의해 분리되는 것은 맞지만 바다도 그렇다. 우린 국경이 단순하다. 그래서 2. 나의 나라도 단순하다. 유럽에 비해서.
· 아시아 - 내가 사는, 내가 아는 사람 대다수가 사는 곳.
· 세계 – 세계가 지리적인 경계를 넘는 순간은 글을 쓰면 그 세계가 획득될 것 같다. 글을 쓰면 글 쓰는 내내 지리적인 경계를 벗어나 세계와 조우하는 것 같다. 페렉이 그랬다고? 아니!
· 공간 – 기준이자 출발점이자 원천이 될 수 있는 장소들. 이런 장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간은 하나의 의심이라고 페렉이 말하는데, “공간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사라진다.” 시간은 공간을 데려가 형태를 알 수 없는 조각들만 내게 남겨놓는다던데, 그건 맞는 것 같다. 시간이 전제되지 않는 공간이란 것이 뭔 의미?? 내가 서 있는 지금의 공간에 시간이 없다면 그 공간이 공간?
※ 글쓰기 –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무언가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하기. 점점 깊어지는 공허로부터 몇몇 분명한 조각들을 끄집어내기, 어딘가에 하나의 흠, 하나의 흔적, 하나의 표시, 또는 몇 개의 기호들을 남기기(p.153)
------> 그래서 페렉이 글 썼는데 그 결실이 이 책이다. 덕분에 공간을 세분해서 이해하고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다. 그래서 페렉에 감동? 그건 다른 얘기고. 기발한 페렉! 그런데 페렉 따라 하면 페렉이 좋아할까?
따라쟁이는 결국 따라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