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의 신호

[책 여행] 은소홀(2020). 5번 레인. 문학동네

by 길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게 좋을까(불로장생)? 젊음이 돌아오는 게 좋을까(회춘)? 어느 게 더 좋지? 아, 행복해지는 상상.


늙지 않고 오래 살았다. 이 말은 결국 죽었다는 의미이다. 죽었는데 늙지 않고 죽는 경우는 많다.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를 말한다. 우울하지? 6국을 통일하고 스스로 중국 최초의 시황제라고 칭한 진시황도 49년 살고 죽었다.


자신이 죽었으니, 권력이 결코 무한할 수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지만. 최고 권력을 누린 그런 그가 늙지 않고 오래 살고 싶어서 불로초를 구하라고 명한다.


그런데, 불로초는 전설 속의 풀이다. 전설. 현실이 아니지. 그러니 무궁무진할 듯한 권력을 잡은 진시황도 깨달은 거다. 내가 살아야 권력이 의미 있지.


그래서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명하지만. 결말은 다 아는 얘기. 그럼 회춘은 뭐지? 책 말고 영화로 보면서도 재미를 넘어 생각만으로도 흐뭇했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원래 영어 제목이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인데, 영어 제목은 디테일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책 제목이 예술이다. 제목이 아무리 좋아도 핵심이 아니고. 이 경우가 회춘에 가깝기는 하다. 회춘. 봄이 다시 오는데, 다시 젊어지는데, 어린이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궁금한 점? 회춘의 '춘'에 해당하는 연령대는 언제? 30대 혹은 더 낮은 20대? 회춘을 위해 성형수술이 발달한 것은 아닐 텐데...


50대가 20대로 돌아갈 수 없으니, 나이 들어서 젊은 상대방을 만나서 살면 회춘할까? 그런다고 죽지 않나? 이렇게 회춘을 생각하게 된 것은 이 책 <5번 레인>때문이다. 책을 빌리고 나서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소설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어린이 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어린이? 어린이 문학상이 동화 문학상이란 말과 같은 말이겠지? 동화가 어린이 마음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라는데, 다 큰 어른이 어린이 마음에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럴 수 있구나. 생각해 보면 동화 작가가 다 어른이었던 것 같다. 그걸 이제야 알다니.


그러면서 든 생각. 결국, 어른이 어린이와 나이 차이만 있을 뿐 결국 같다는 의미 아닐까? 먼저 살아버린. 당연히 살아오면서 싸인 연륜과 경험이 다르지만, 본성은 같지 않을까? 아, 육체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암튼, 시합에서 1등을 하고 싶고, 남의 성공을 질투하고, 멋진 이성 만나서 사랑도 만들어가고. 그게 몸이 다 크지 않은 초등학생이란 것만 다른 거다.


여기에, 어떤 어른은 몸은 이미 어른이라도 어린이들보다 못한 어른도 많지 않던가. 그래서 이 책이 어린이 책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른이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결론적으로 모두 다 한때 다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과 같은 성장과정을 거치지 않았어도, 우린 한때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읽으니 동화가 동화가 아니다.


그런데, 제21회 문학상 대상이란 말이 자꾸 기시감이 들어 생각해 보니, 공동 수상이란 단어까지 생각이 난다. 이게 뭐였지? 그래서 생각해 보니 어느 출판사가 진행한 제21회 어린이문학상 대상 작품이라는데, 문득 다른 책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렇다. <긴긴밤>. 작가 루리가 쓴 소설. 그랬다. 이 소설이 루리의 책과 공동 수상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읽다 보니 알게 된 것도 재미있지만, 이 책 내용도 흥미롭다. 여자아이가 주인공인데, 수영선수라니. 그것도 초등학교 수영반 아이들이 다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성장기라니. 아니지. 아직 다 큰 것은 아니고.


심사위원들이 다 어른이라도, 어린이들이 이런 성장기를 거쳤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을 대상으로 선정했을 거란 생각이야 그렇다 치고, 이 책이 회춘과 무슨 상관이라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낌은 상쾌함이었다. 그 상쾌함이란. 어느 날 사우나에서 땀을 흠뻑 뺀 후 냉탕에 몸을 머리부터 확 담갔을 때 오는 그 느낌. 이거였다.


이 상쾌함이 혹시나 회춘의 느낌이라면, 답이 아주 간단해진다. 책을 읽었는데, 그 느낌이 흠뻑 흘린 땀을 찬물에 담갔을 때의 느낌이라면, 회춘이 이런 느낌이라면, 오호 그렇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이다. 어른이 결국 육체의 성장은 끝이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마음은? 그게 끝이 있어? 이건 직관이다.


믿고 싶은 것이지만, 믿더라도 이것을 회춘의 신호라고 믿고 싶다. 아니, 믿을 것이다. 이미 다 끝난 몸이라도 마음이란 나이테는 성장이 멈추지 않을 테니, 아주 천천히 희미하게 일어나는 이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겠다. 이 희망의 찬가를 들으려 시간이란 몸통을 꽉 붙들고 놓지 말아야겠다.


그러면, 주인공 나루가 이 책에서 결코 '4번 레인'에 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도, 뭐 '5번 레인'은 어떤가? 우리 인생에서 다 채워지지 않은 완전하지 않은 그 뭔가를 발견하도록 하는 게 회춘이 주는 신호라면 이제 모든 것은 당신에게 달렸다. 회춘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 그게 뭔데? 그게 너다. 알아차리는 것도 회춘하는 것도 바로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