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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태유 May 24. 2017

인문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2.  상대를 존중하라. -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6

‘관습이 횡포하는 곳에서는 자유가 없다.’


밀이 ‘관습이 횡포하는 곳에서는 자유가 없다.’라고 말한 것은 모든 관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지 않는 나쁜 관습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관습은 어느 시대에나 적용되고, 통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런 관습은 좋은 관습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을 하는 데 그것이 사회적 약자가 하는 말이라서, 학력이 낮은 사람이 하는 말이라서 또는 이 말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나쁜 관습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있습니다. 이런 관습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자유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은 밀이 살았던 시대의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 전까지 우리가 겪었던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새삼 밀이 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밀이 이와 같은 말을 하게 된 데에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과 무관치가 않습니다. 그는 영국 시민혁명의 전 후의 상황이 어떤지, 프랑스 대혁명 전후의 상황이 어떤지를 명확하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중 프랑스 대혁명 때 일반 민중들이 당시 왕이었던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서 처형한 사건이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일반 민중들이 왕을 끌어 내려서 처형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에 가까웠는데요. 그것은 ‘왕권신수설’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왕권신수설’이란 ‘왕권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으로부터 받은 권리를 인간이 침해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바뀌게 된 것이고, 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이 밀이 말한 관습을 뒤엎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 때문에 밀은 동양이 서양보다 한참 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서양인이 원래부터 위대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사실 여기에는 밀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는데요. 서양이 동양을 앞서기 시작했던 것은 길게 잡아야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부터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동양이 서양을 앞서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차처 하고라도 이 기간 서양은 시민혁명을 통해 나쁜 관습을 없애 나갔습니다. 반면에 동양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이 기간 동양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난 적은 없었습니다. 바로 이것은 밀이 파악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는 이와 같은 밀의 생각이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서양에서 못한 것을 동양이 해냈기 때문이죠. 그것은 바로 작년 10월부터 진행되었던 우리나라의 촛불 혁명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전국에서 일어난 촛불 혁명은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고 법과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특정인을 위해 사용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렸습니다. 국민이 위임해 준 권한을 다시 국민이 회수를 한 것입니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권력의 가장 윗자리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린 것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경이롭게 본 것입니다. 만약 밀이 이것을 봤다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했을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못한, 특히나 민주주의가 먼저 발달한 서양에서도 못한 것을 우리가 했으니 밀로써는 할 말이 없었을 것입니다.


밀이 말한 ‘자유’에는 이것 말고도 하나의 조건이 더 붙는데요. 그것은 바로 ‘이런 자유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범해서는 안 되고, 법에 저촉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유’란 타인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함부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무조건 내 의견을 따르라고 해서도 안 되고,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아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비유한다면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는 것은 자유지만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올 때 달리면 법에 걸려서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말해 법을 어기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운전을 하던지 그것은 자유이고, 또한 타인의 운전에 간섭할 권리도 없는 것입니다.   


밀이 자유를 논하면서 법을 이야기한 것은 법이 없으면 무법천지가 되어 자유가 아닌 방종이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우려한 것입니다. 밀은 ‘사회가 순전히 개인적인 행동에 대해 간섭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런 간섭이 잘못된 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요. 여기서 밀은 무조건 적인 자유를 말한 것은 아닙니다. 밀이 말한 자유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입니다. 그래서 밀은 ‘각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에 해를 주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칠 때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밀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고, 또한 ‘사회가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그런 행동에 대해 사회적 또는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만큼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강조하는 것입니다.


당사자에게만 직접 해를 끼치는 어려 행위들에 대해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런 행위 가운데에는 사람들 앞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질 경우 선량한 풍속을 해치고, 그 결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법에 따라 금지되어야 하는 것도 있다.


밀은 선량한 관습이 나쁜 관습에 의해 억눌림을 받고, 선량한 관습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진정한 자유는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제대로 된 자유를 누리지 못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밀이 한 말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데서 온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이것을 깨닫고 소중한 자유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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