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이 5분 정도 남았을 때 사무실 밖에서 누군가가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들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5분 뒤 약속이 예정된 상대방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잠시후 예상대로 그가 들어왔다. 이처럼 우리는 목소리만 듣고도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목소리에는 개인마다 독특한 톤이나 그 사람이 자주 쓰는 단어가 드러나서 듣기만 해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음성 뿐만 아니라 문자로도 보지 않고도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글에는 쓴 사람 고유에 문장이나 단어가 들어가 있다. 나 같은 경우 말을 할 때는 “어, 저”같은 단어를 사용하거나 “~ 할 것이다.”라고 말을 할 때 ‘할’이라는 단어에 강세를 두고 톤을 높인다. 글을 쓸 때는 ‘이런 이유로’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이것만 보더라도 나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는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문장으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문체’라고 하는데, 문체는 비슷해 보이지만 개인마다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글을 쓰는데 문체가 중요한 이유는 글에서 쓴 사람의 냄새가 나고, 그 사람의 혼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1년 전 내가 SNS를 통해 같은 주제로 내가 쓴 글과 AI가 쓴 글을 동시에 올려서 어떤 글이 내가 쓴 글인지 알아 맞혀보라고 했다. 결과는 95%가 내가 쓴 글을 정확히 맞혔다. 참고로 글의 내용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본 김광석의 버스킹 공연’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쓴 글은 골라낸 사람 대부분이 현장에 있었던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한가지는 AI가 쓴 글에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답을 한 사람 대부분이 내 SNS 팔로워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당시 100개 정도 게시물을 올렸는데(대부분 짧은 글이었다.)이를 통해 내 문체를 알았고, 이런 이유로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글에서 문체는 쓴 사람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자 다른 사람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다. 이를 통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AI가 쓴 글은 어떤 툴을 활용했는지 사용한 사람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 이 말은 AI가 쓴 글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나만의 문체는 또한 어떤 주제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기에 문장이 매끄럽지 않더라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할 수 있게 한다. 내가 보고, 겪은 것을 통해 드러나는 내 생각과 가치관은 진정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쓴 글에는 경험을 할 수 없기에 이런 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문체는 어떻게 보면 지문과 같다. 지문은 개인마다 다 다르다. 문체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비슷해 보이더라도 차이가 드러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글에는 나만의 문체가 드러날 수 밖에 없고,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글은 나와 독자가 대면에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통해 소통을 한다. 대면을 한다면 얼굴이나 생김새를 보고 누구인지 판단하겠지만 글은 문체를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나만의 문체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