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는 쓴 사람의 혼이 들어가 있다

by 차석호

인간이 쓴 글과 AI가 쓴 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이 쓴 글에는 쓴 사람의 혼이 들어가 있지만, AI가 쓴 글은 혼이 들어가 있지 않다. 글은 단순히 문자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글에는 쓴 사람의 경험, 생각, 느낌, 가치관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글만 보고도 누가 썼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글은 문자를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고 해도 쓴 사람마다 각각 다른 시점, 다른 의견이 드러나는 것이다. 또한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이에 대한 느낌이 다른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군대’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고 하면 쓴 사람 각각의 군복무 시절에 대한 경험이 다르고, 설사 입대 날짜가 같고 자대에 와서 같은 중대에서 생활했다고 하더라도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고, 말로 표현을 하든, 글로 표현을 하든 각자 다르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AI가 쓴 글은 어떨까? 2년 전 SNS에 ‘중학교 2학년 때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본 김광석 버스킹 공연’이라는 주제로 하나는 내가 직접 썼고, 다른 하나는 AI가 쓴 글을 올려서 둘 중 어느 것이 내가 쓴 글인지 팔로워 둘에게 맞혀보라고 했고, 이유도 같이 써 달라고 했다. 결과는 95%가 정확히 내가 쓴 글을 맞혔다. 그 이유는 내가 쓴 글은 현장에 있는 느낌이 나지만 AI가 쓴 글은 이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이날 본 공연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김광석의 라이브 공연이었다는 것을’이라는 표현이 가장 사람 냄새가 났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현재의 시선으로 그 당시를 바라보는 것인데 이것은 인간은 가능하고 AI는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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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AI는 하지 못한다. 이런 차이는 직접적으로 경험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게다가 나는 ‘그때는 몰랐다. 이날 본 공연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김광석의 라이브 공연이었다는 것을’이라고 표현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른 사람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볼 수 있고, 과거의 생각이나 느낌이 지금의 생각이나 느낌과 다를 수 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김광석 공연을 봤을 때는 ‘기회가 되면 콘서트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느낌은 ‘당시 본 공연이 내가 본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면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후회와 아쉬움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데 AI는 이를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글은 나와 함께 살아 숨 쉬는 것이다. 글은 나를 문자로 표현하는 도구다.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문자에 내 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쓴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고, 쓴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기에 같은 주제, 같은 경험,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각 다른 것이다. 이는 일란성 쌍둥이라도 마찬가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자를 나열하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말에도 내 생각이나 내 가치관이 들어가는 것처럼, 글에는 표현한 문자를 통해 내 생각, 내 가치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글에는 쓴 사람의 혼이 살아 숨 쉰다고 하는 것이다. 글에는 쓴 사람의 혼이 담겨 있다. 그런데 AI가 쓴 글은 혼이 담겨 있지 않다. 이것이 AI가 글을 써 주는 시대에도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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