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나의 허벅지와 엉덩이 아래에 오는 몸의 어느 부위에 지방세포들이 통통하게 올라와 머릿속에서 악취를 풍기며 점점 응고한다. 살이 오르는 두 다리보다 더 무서운 건, 썩은 내가 나는 뇌세포들이 나의 심장을 타고 내려와 몸의 무게중심마저 잠식해버리는 것이다. 거울에 반사된 나의 모습뿐만 아니라 어느새 타인의 몸을 평가하고 있는 나의 시선에서 악취가 나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문득 스친 한 여자의 가녀린 팔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대체 근육이 조금이라도 붙어있는 것인지 가늠이 안갈 정도로 살가죽이 서로 팽팽하게 의지하고 있다. 기억을 훑고 올라가 뇌리에 스치는 작년 여름의 어느 날,거울을 바라보는 나의 눈동자는 심각한 저체중 상태에서 버티는 두 다리에서 더 빼야할 지방을 찾고 있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나는 지금 건강한 걸까. 나 자신을 사랑하고 포용하기 위해 살을 찌웠지만, 지금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은 다가오는 여름이 두렵기만 한 잿빛의 매미이다. 여름이 되면 열심히 울어야 할 매미의 심장이 오히려 오한에 떠는 것처럼 얼어붙는다.
비가 내리던 회색 나날들 중 어느 날,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선 옷 대부분에 커피를 흘리고 만 적이 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커피 얼룩에서 점점 냄새가 났다.
나의 생각들에서 그 날의 커피 자국과 같은 냄새가 난다. 하얀 방에서 혼자 시간을 멈춘채 썩어가는 커피콩의 냄새.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고 나의 피부에 전해지는 온기가 무섭다. 마음마저도 무게를 재는 나의 모습은 결이 없는 파도와도 같다.
하루가 끝나간다. 오늘 밤하늘은 어떤 색일까. 흐린 날의 보라색일까 거리의 가로등마저 삼켜버릴 듯한 검은색일까. 잿빛을 띠는 나의 마음을 밝혀줄 밤하늘의 별을 무게를 재지 않고 그저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