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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 미도리 Jul 18. 2021

추운 여름

 나의 폐 속은 타인의 날숨과 바깥세상의 습기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단 한 번도 나의 들숨을 마셔본 적이 없다. 항상 타인이 내뱉는 글자들과 계절에 따라 다른 온도를 가진 외부의 습기로만 이루어져 있어, 매 순간 단거리 경주를 하는 것만 같다.

 딱딱한 의자에 등을 곧게 기대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글자들이 머릿속에서 흘러넘치고 썩은 나뭇가지들이 나의 콧속으로 들어와 혈관을 옥죄어 숨통을 막는다. 새벽의 독기를 머금은 썩은 나뭇가지에 찔려 난 상처들에서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는다. 피가 흐르지 않고 오히려 새하얀 피부가 되어버린다. 살아있지 아니한 것이 되어버려, 표정이 없는 하얀 걸음을 재촉한다.

 한 가닥의 닳고 닳은 하얀 실 위에서 나는 걸음을 재촉한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 추락하지 않으려, 일분일초 매 순간 긴장을 놓지 못한다.

 차라리 새장 속의 작은 새가 되어 나의 주권을 모두 빼앗긴 채로 타인이 주는 모이만 먹으며 살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나는 3KM 경주에서도 남들보다 여러 번 쉬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같은 거리의 달리기를 해도 나는 남들보다 더 자주 물을 마셔야 하는 사람이기에. 인생의 주권을 불안한 나의 손에서 빼앗아 좀 더 강한 사람에게 부여한다면, 나의 존재가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대체 이 장거리 경주를 어떻게 다들 맨 정신으로 견디어내는지. 나의 심장마저도 술에 절여져 나의 숨을 막고, 나는 호흡을 거부한다. 본래 글자라는 건 나의 깊숙한 땀샘에서 나오는 것. 하지만 땀샘마저도 탁한 습기에 막혀 나를 거부한다. 이제 더 이상 글자마저도 나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봐 두렵다. 나의 뇌리를 스치는 모든 생각들이 새하얗게 바랬고, 어지러움이 인다.

 이 지독한 더위로 가득 찬 장거리 경주는 언제 끝이 날까. 분명 무더운 7월의 여름이지만, 나의 피부는 한기가 느껴져 으슬으슬 떨린다. 오늘 하루도 무거운 눈꺼풀을 이끌고 서서  매미가 우렁차게 우는 여름의 소리를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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