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베이징, 첫 번째 이야기

영감의 재료가 된 낯선 땅

by 사월의 미도리

중국 베이징에서. 베이징은 옛스러움의 멋과 세련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같다. 유럽 같은 건물도 있지만 중국 전통의 미(美)가 느껴지는 건물들도 있다. '아직' 벗겨내지지 않은 옛날의 것들이라 할 수 있지만, 여태까지 온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건물들은 고유의 것만이 가질 수 있는 미(美)를 고고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난뤄구샹(南锣鼓巷)의 골목

빨간 전등과 화려한 간판, 높지 않은 건물과 형형색색의 다양한 상점들, 코 끝을 찌르는 향이 강한 음식 마라탕(麻辣汤)의 냄새와 단번에 나의 눈을 사로잡는 금장식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용맹하나 부드러우며, 굳이 서구의 것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은 다소 고집스러운 자태의 옛 간판과 상점들은 강하지만 부드럽게 고유의 것을 지켜나가는 중국의 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아니, 두 눈과 두 귀와 온 몸의 신경세포들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호하이(后海)- 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멋드러진 술집과 레스토랑이 즐비해있다.

초라한 아름다움이다. 세련되고 정갈한 느낌이 아닌,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 빨간 색 등불과 그 빨간 빛이 비추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무표정.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 도시의 낡고 어두운 골목들이 나의 마음 한 켠을 시리게 했고 나도 모르게 표정 없는 사람들에게 동화되고 싶었다.

난뤄구샹(南锣鼓巷)의 한 전통 옷가게

베이징 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거의 8년만에 한국을 떠나 낯선 땅에 와본 터라 '중국' 때문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 나름대로 삶과 마음의 여유를 찾고 새로운 자극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듣일 준비가 된 상태에서 방문한 중국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삶의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간직한, 화려하지만 결코 사치스럽지 않은 베이징은 내게, 잊지 못할 전율과 감동을 줬다.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의 패션을 따라가려하고 동대문이 아시아 패션의 메카라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왔지만, 오히려 외부(外部)의 것에 영향을받지 않고 형형색색의 밝은 단색, 붉은 색, 금색 계열의 옷을 걸친 이들이 빛바랜 갈색의 톈안문(天安门)광장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중국만이 가진 개성과 당당한 컬러 표현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낯선 땅에 올 때마다 누구나 항상 벅치는 법이지만,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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