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리툰(三里屯)의 어느 카페에서, 문득.
연애를 하는 동안의 '나'와 혼자가 된, 혼자서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사뭇 다르다. '우리'의 세상에서 공유하며 서로의 기분을 생각하고 존중하고 신경쓰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나가는 동안, 그런 아름다운 과정 속에서 '나'의 본질은 퇴색되어져 갔고 마음의 상처와 그 위에 또 다시 외로움을 참지 못한 만남 끝의 헤어짐과,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아니, 그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만남이란 건 아름답다. 다른 환경 속에서 아무리 같은 나라와 같은 문화권에서 자랐다해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맞춰가는 과정이란 힙겹다. '서로'를 생각해야 하며 '서로'의 영혼이 존중받으며 '나'의 영혼이 상처받지 않게 밀고 당김의 연속이 연애였다.
일년간 '혼자'의 공백이 없었던 나는 12월말의 헤어짐을 마지막으로 혼자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소중하며 아름답다. 다만 나는 그 모든 반복되는, 불안한 내 예감을 항상 적중하는 그 위태로운 밀고 당김의 외줄타기에 지쳣을 뿐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람의 그 자체를 사랑하자. 그 사람을 나의 잣대로 비교하면 또 다시 관계의 힘겨움을 알게 되어버리니까. 자상한 사람, 친절한 사람, 자유로운 사람, 고지식한 사람 등 본질적인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자. 그리고 사랑하자. 나에게 친절하지 않은 그 모든, 위태로운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