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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참 못했는데,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크고, 통통한 팔다리를 가진 탓에, 나의 부자연스럽게 큰 몸뚱아리를 열나게 흔들어 최고 속력을 내는 것이 참 겸연쩍었다.
덩치가 좀 크고 둔한데다가 어딘가 모르게 산만한 아이는 친가 외가 모두의 첫 아이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를 받고 자라났고 몇년이었는지 모를 어느 초등학교 운동회에는 김연수 어린이의 할머니부터 삼촌까지 참석했었다.
눈이 부시는 늦봄의 햇살 아래, 긴바지 운동복 아래의 비쭉 커버린 후덥지근한 몸과 애답지 않게 커져버린 가슴을 달고서 먼지가 뽀얗게 날리는 레인 위를 털레털레 달리고 나면
"아휴 진짜 쟤 또 꼴등이야!" "나는 어릴 때 달리기 잘했었어. 당신닮은거지?"
하는 가족들의 애정섞인 질책과 웃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도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좀 갈렸다. 유년기에는 나사가 빠져보여서, 중학생 때는 뾰족해서. 그런데 알고보면 외고도 준비하고, 생각보다 뚱뚱하지도 않아서 어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줬다. 사실은 그런애가 아니라고.
그래서 나도 사실은 좀 재밌고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는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 체육 시간에는 몸을구부정히 얼레벌레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이후 한 5년 정도가 지나고서는, '내가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은 별게 아니라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나는 왜인지 모르게 내가 글을 좀 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자신감의 원천은 지금 되돌아봐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 사생대회 때도 나는 그림만 그려서, 글쓰기 상을 탄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내신은 좀 구리지만 우선선발 기준은 그럭저럭 맞췄던 모의고사 성적 탓에 선생님들이 '너는 논술로 연대가라'라고 해서?
아무튼 그래서 나는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재수학원 논술 쌤의 '니 글은 뭔가 당차고 재미는 있는데 채점하는 사람을 좀 탈 것 같다.'라는 돌려말하기마저도 사실 알고보면 좀 재밌는 애라는 본연의 캐해석에 맞춰 마음에 좀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논술은 거의 10번 정도 탈락하고
그리고도 1년은 지나서야 내가 남의 말에 전혀 기 귀울이지 않는다는 걸 잡생각 끝에 깨달았다. 사실 논술은 '글빨'세우는 시험이 아니라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시험이라는 걸.
아 시발 연대가 하는 말은 좀 들어볼 걸ㅋㅋ
그렇게 글다운 글도 써본 경험도, 써 보려는 노력도 해본 적 없는 주제에 '생애사 적기' 같은 과제만 받으면 너무 신이 났다. 나를 싫어하던 교수가, 나름 써서 낸 독후감이 표절이냐고 의심할 때도 그렇게까지 애쓴글은 아닌데 썩 괜찮았나보네?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고 그랬다.
전공 과목 시험 공부를 제껴두고, 개방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 과제를 써내려가면서 기쁘고 설레었던 날이있었다. 존경하는 교수님이 과제를 읽어보고, 공부하라고, 취직말고 공부하라고 하면, 절대 그렇게는 못할거면서 좋기도 하고 이유 모를 섭섭한 마음도 들었다.
한편으로 '진짜 공부할 걸 그랬나? 우리집은 돈 벌어야되는 집인데~ '하면, 한편으론 그냥 지나가는 칭찬은 칭찬이라 신나는 거지하면서 다독여 근자감을 없앴다.
베를린에서 적었던 글들은, 사실 아파서 적은 글들이었다. 아프고 답답하고 내안의 얘기들이 끓어넘치는데 적어내리지 않으면 내 머리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활자로 적어내면 내가 나에게 선언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나는 이런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좋아질 것이고 이렇게 좋아지면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은 갈 수도 없는 유럽에서 작은 방에 틀어박혀 웅크리고 글을 썼었다. 그리고 지금의 선언은 이런 것이다.
열나게 몸을 흔들지 않아도 된다.
그 누구의 꿈나무가 되기엔 다 커버린김에, 그냥 내가 바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만 뛰면 된다고
그래서 거의 일년반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로 대단케 성공할려는 것도 아니고 내 안의 글자가 부글대서 악을 쓰고 쓰는 글도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마저 읽은 소설이 재미있어서 나도 갑자기 글을 적고 싶어서
그래서 글쓰기 어플을 검색하고, 자소서가 아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한번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