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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ul 25. 2019

안녕하세요 개인취준생 김연수입니다.

개인 취준생이 뭐냐고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화제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개인 연습생'이라는 신분을 발견했다.


1세대 아이돌들은 소문타고 데뷔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 연예인이 되려면 매체 좀 타는 것이 빠른데, 그 중심에서 이들의 열정으로 돈 좀 벌어 본 게 엠넷이다.

엠넷은 슈퍼스타 k, 쇼미 더 머니 등등을 통해 가수가 되고 싶은 일반인들을 자원으로 하여 '문화를 제일 잘하는' cj enm 월드를 건국했다.


일반인들의 열정을 통해 돈 맛 좀 본 엠넷은 가수 지망생 중에서도, 더 상큼하고 더 순종적인 젊은이들인 '연습생'을 양지화시키기 위해 '프로듀스 101'을 런칭한다. 재밌는 것은 엠넷식 악마의 편집이 지속되면서 참가자들도 영리해졌다는 것인데, 프로듀스 101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을 만한 상황에서도 연습생들이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할 말하는 사람은, 눈에 띄어 사이다 캐릭터가 될 정도이니,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얼마나 매체에 순종적이고 눈치를 보는 신분인지를 알려준다.


프듀48의 공정위원장 김도아 연습생


사실 연습생이라는 신분 자체도 K-POP 아이돌 월드에서 발명된 개념이지만,

아이돌 월드가 성숙, 과도기를 지나면서 이제는 오래된 발명품이 되었고, 엠넷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도 '개인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을 걸어주었다.


지금은 초등생들의 1위 지망 직업이 유투브 크리에이터라지만, 한 때 연예인과 아이돌이 그 1위를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생들의 꿈과 희망의 세계가 브라운관도 v앱도 아닌 유투브 세계로 이동했다는 것은, 아이돌 산업 역시 이제는 성숙하다 못해 decline 상태에 이르렀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가 아닐까

마케팅 시간에 배웠겠지만, decline stage에서는 새 시장을 찾던가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현재의 아이돌 월드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방탄 소년단이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것을 보라며 k pop 아이돌 월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시장, 그리고 기존 한국 아이돌 산업의 주요 파이였던 동남아 시장은 이제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과포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엔터들은 미국, 남미 시장으로 시선을 돌려보고자 했고, 운칠기삼으로 어느 극치에 도달한 게 방탄의 빌보드 점령인 것이다. ( SM, JYP가 이 분야에서 처참한 결과를 마주하고 있는 걸 보면, 물론 방탄이 성공한 이유는 운과 기 말고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08년도를 전후하는 나의 학창시절은 내가 기억하는 아이돌, 그리고 연습생들의 호시절이자

아이돌 시장이 가장 활력을 띄고 있었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시장에서 수많은 엔터업계 종사자, 아이돌 여러분들이 힘내고 있다는 건 알지만, 라떼는 원래 더 호황으로 기억되는 법입니다.)



sm의 공주님, 에프엑스의 아이콘 크리스탈의 데뷔 스틸


소녀시대의 동생 그룹이자 그 시기를 호령하던 제시카의 실제 친동생인 크리스탈이 데뷔하던 날,

나는 중학교 방송반에서 친구, 언니들과 모여앉아 라차타 뮤비를 감상했다.

이 시절 아이돌 좀 좋아한다하는 친구들은 소녀시대, f(x)가 데뷔하기도 전에, 데뷔조의 구성을 줄줄이 꿰고 있었으며, sm 연습생들을 좋아하는 팬카페도 따로 존재했다. (sm 연습생 중에서도 공개 연습생, 비공개 연습생이 나뉘고 여튼 복잡했다. 비공개 연습생은 sm의 비장의 카드라는 느낌이 더 있었기에..)


이 때야말로 3대 기획사가 자신들이 3대라고 자신있게 명함을 내놓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닦아놓은 길에, 그들의 후배 그룹들이 등장하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2NE1의 인기가요 데뷔 무대는 기존 가수의 컴백쇼도 진행하기 어려운 몇 분을 할애받았고, 이는 앞으로도 없을 데뷔쇼였다라는 걸 생각해보면, 지금 세상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이야 YG가 내놓는 그룹들이 족족 망하고, 지상파에서 특별 기획을 한다고해서 10대들이 쳐다나 보겠는가 싶은 세상이지만, 그 때는 YG와 지상파가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이용할 수 있던 시대였던 것이다.

(SBS가 그나마 면을 세우고 있는 부문인, 유튜브 문명특급 채널은 아마 지상파와 아이돌 전성시대가 남긴 마지막 단물이 아닐까..)

티아라는 각종 대형출신 연습생들이 악으로 깡으로 의기투합하여 뭉친 그룹이었다.


여튼 하고 싶은 말은, 연습생의 가오 뒤에는 이러한 소속사 빨이 컸었다는 것이다.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들은 우리 빅뱅 오빠들이 벌어놓은 돈으로 호사를 누린다는 욕도 먹었지만 yg 패밀리라는 sm이라는 그 어떤 준거 집단 안에 존재하던 매력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개인 연습생이라니

도대체 개인 연습생이 무슨 말인가. 어떤 회사도 아직 나의 능력과 포텐셜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에게 투자 중이라는 신인류의 등장이다.


하지만 이제는 크리에이터 지망생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시대에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을 거부하고자 아직은 대학생이라며 온몸으로 발악중인 내가 개인 연습생을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아이돌 시장보다 더 포화된 시장이 취업 시장이고

그 놈이 그 놈 같아 보이는 건 연습생이나 취준생이나 거기서 거기다.

취업 시장이 널널하고, 경제 상황이 활력을 띄었던 시기에는 학벌의 후광을 받고, 학생 운동에 투신하다가도 교수님 추천서를 받고 각종 대기업에 턱턱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취업시장은 전혀 다른 무언가이다. 학벌의 힘이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블라인드 채용이다 뭐다 사회적 분위기도 존재하고, 다양한 방면의 능력자들과 해외 대 출신 등등의 변수들로 인해 카스트의 구분 역시 흐려지고 있다.

각종 연습생 서바이벌을 보아도 널린게 3대기획사 연습생 출신인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우리 개인 취준생들은 제대로 된 취업도 못해 본 상태에서

'커리어 패스'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 간신히 붙잡았던 인턴 경험으로 어떻게 여기저기 비벼보려 했더니, 네이버는 인턴 경력은 경력이 아니란다.


하지만 나는 개인 취준생인 걸 어쩌나.

취직만 하면 회사에 연봉 100배는 벌어다 줄 자신이 있는데, 그걸 나만 안다.


빅히트에 sm에 들어가서 대박 화려하게 데뷔하고 싶지만, 저기 들어간다고 내가 잘 될지 안 될지도 알 수가 없다. 차라리 미래가 유망해 보이는 신생 회사에 들어가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내 능력을 펼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외국 자본의 힘을 가진 외국계 회사에서? (외국계는 인맥이 중요하다는데 나는 은광여고 얼짱도 아니고, 켄트 국제학교 출신도 아니다.)


내가 어디에 들어가야 잘될지, 뭘해야 할지도 몰라 혼란스러운데

중요한 건 지금은 그 어디에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 미래이기에 내 취향도 선호도 중요한데, 그 어떤 회사도 아직은 내 매력을 몰라주는 캄캄한 상황이 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어째, 프로듀스 101도 나갈 수 있으면 나가고, 지하 연습실에서 땀내나게 연습해야지


그렇게 여기저기 자소서 좀 돌리다 보면 어느 회사가 계약하자고 할지도 모르니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는 수 밖에



밝고 간절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프로듀스 101의 1분 자기소개 영상



안녕하세요 개인 취준생 김연수 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나름 열심히 살고 있고요,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구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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