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에 산책을 나서면 많은 가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김밥집은 이미 불을 껐고
카페는 텅 빈 채 하루의 소란을 비워냈고
가판 맥주집은 열기가 부쩍 가라앉아 띄엄띄엄 손님이 앉아 있다.
산책 말미, 집 앞 언덕길에는 가끔 들르는 가게들이 있다.
그 길 옆턱에 누군가 앉아 고단하게 담배를 피운다.
얼핏 지나치는 뒷모습에 분홍색 캡모자와 앞치마 끈이 보인다.
피자집 여사장님인 듯하다.
그 피자집은 맛이 괜찮아 가끔 찾는다.
여덟 평 남짓한 점포는 배달전문점으로 안에 앉을자리는 따로 없다.
창 없이 환풍기만 달린 공간에서 젊은 부부가 익숙한 호흡으로 피자를 굽고, 포장을 하고, 배달원을 마중한다.
그 생각에 바라본 점포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게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퇴근하는 사람들에게서 넘겨받은 고단함을 정리한다.
내 마음도 오늘 밤의 산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