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랭크 May 22. 2024

[캔버스에 비친 내 모습] 삶의 밝음과 어둠

미술수업 - 소묘를 배우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제일 외곽의 선을 찾으셔야 돼요. 보자기를 씌우고 그 선을 긋는다고 상상하세요."


미술수업 신규회원을 위해 가벼운 소묘수업이 시작되었다. 한달여 간 인물화와 크로키의 과정이다.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 나를 또다시 마주했다.


마치 시작은 했으나 끝을 맺지 못한 일들처럼,

인물화는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가까스로 맞추어둔 턱과 눈두덩이는 자신있는 가는 선없이 덩어리만 남았다.


마치 마지막 순간에 집중력을 잃고 지독하지 못했던 것처럼,

크로키의 무용수는 나름 동적인 모양새로 보이지 않는 선을 가졌다. 하지만 점차 균형을 잃고 맞지 않는 비율로 멈춰서있다. 손과 발은 그 형태를 잃고 흐릿해진다. 


마치 방향성 없이 헤매는 것처럼,

초상화 작업은 인물의 외곽에서 중앙으로, 가장 큰 선에서 다음크기의 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선을 긋다보면 인쇄된 종이위의 선이 겹쳐 캔버스에는 어떤 선을 그을지 방향을 잃는다. 왜 그렇게 그었는지,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캔버스 위에는 한쪽으로 몰린 이목구비로 사진과 눈썹만 닮은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밝음과 어둠을 분리해서 칠하기 전에는 각 덩어리의 크기를 알기가 어려워요."


오늘 그림의 결과는 어둠을 사용하는 방법의 미숙함이 원인이었다. 강사분은 그림을 고쳐주며 턱, 입술 등 중요한 지점들을 알려줬다.


삶의 지지부진함도 어둠을 잘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거나 실패했던 하루들이 산책하고 싶은 기억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캔버스의 어둠을 배우는것이 반대로 현실의 만족스러운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되는것이 아닐까 기대감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캔버스에 비친 내 모습] 일의 속도와 정확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