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중심에서 클라이머(Climber)로 둔갑하는 사람이 될 것
우리들 대부분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한 두 번 이상 실패나 위기를 경험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언제나 꽃길만 걷다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창업해서 성장가도를 잘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힘겨운 도전에 직면하기도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역경과 시련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그 사람이나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인류 역사는 역경을 극복하여 무언가를 이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역경과 시련을 제대로 극복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치의 유대인 강제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온 빅터 프랭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수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에 의하면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반응은 첫째 충격이고, 두 번째는 상대적인 무감각의 단계로 정서와 감정이 둔화된, 정신적으로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것은 엘리자베스 퀴볼러 로스가 쓴 <죽음과 죽어감>에서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반응 5단계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친 죽음에 대해 처음에는 부인(Denial)하고 분노(Anger)도 하지만, 결국 협상(Barganing)의 형태로 상황을 미루려 하기도 하고, 협상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 극심한 우울(Depression)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모든 감정이 지나가면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용(Acceptance)하게 된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감각 상태에 이르면 더 이상 어떤 희망이나 기대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무감각 증세를 극복하고 불안감을 제압한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고 프랭클은 말한다.
역경과 시련은 운명과 죽음처럼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건 각자 나름의 성공과 좌절을 겪는다. 그러나 성공보다는 역경과 시련이 주는 교훈이 더욱 가치 있고 후대에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것은 사람이 자기 운명과 그에 따르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 다시 말해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가는 과정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삶에 보다 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심지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를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도, 어떤 운명도, 그와는 다른 사람, 그와는 다른 운명을 비교할 수 없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경우는 하나도 없으며, 각각의 상황은 서로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가 맞닥뜨린 역경과 시련에서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짊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역경과 시련 속에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빅터 프랭클의 주장이고 그가 만든 심리치료 이론인 로고테라피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의 의미는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각각의 상황이 한 인간에게는 도전이며,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자기 삶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상이 빅터 프랭클이 나치 수용소에서 경험하고 주장한 내용인데 결론은 역경과 시련을 대하는 태도가 삶과 죽음을 포함한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는 IQ나 EQ보다 AQ(Adversity Quotient)가 높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역경지수(AQ)란 수많은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냉철한 현실 인식과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끝까지 도전하여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은 시련이 다가올 때 자신의 모든 능력과 지혜를 동원하여 기어코 정복하고 마는 사람으로 이를 클라이머(Climber)라고 불렀다. 클라이머의 주요한 특징은 자신만 역경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격려하고 북돋우면서 함께 정복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