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것은 현실의 실체에게 나타나는 비현실의 환영이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비현실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신비롭다’와 같은 묘한 표현을 덧씌우길 좋아한다.
카프카에게 있어 그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란, 꿈의 세상과 현실의 세상이 아무런 경계 없이 섞여 있어, 실체 하는 것과 실체 하지 않는 것이 일상이란 이름으로 구분 없이 살아가는 그런 곳이다. 그것이 그의 작품이 신비로우면서도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카프카는 일상 속 현실에 <카프카적인 변형>을 가하여 현실의 세상에 연결되어 있지만 현실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그만의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카프카가 살아간 세상은 분명 현실이라는 실체 하는 세상이지만, 카프카의 작품 속 세상은 그것의 연장이기도 또는 꿈의 세상이기도 하고, 꿈이나 현실이 아닌 자신에 의해 유일하게 창조된 실체 하지 않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세상에서는 경계란 것조차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어느 한 사건이 갑작스럽게 시간을 옮겨다니기도 하고 공간을 바꾸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중첩과 교체, 뒤틀림이나 변형, 탈색과 채색을 통해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현실의 세상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어떻게 꿈이라는 비현실의 세상을 서술해 낼 수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세심하게 관찰한다면 꿈과 같은 내면의 세상을 글로 그려낼 수 있게 될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카프카에서 공통점이 찾아진다. 섬세한 관찰을 통한 서술이야말로 카프카적 작품을 구성하는 근간이라 할 수 있기에.
조금 각도를 틀어서 생각해보자. 현실적인 경험으로는 서술할 수 없는 것이 꿈이라면, 관찰했던 것들의 잔상과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의 잔해를 더듬다가 보면, 내면에 걸려있는 그것들에게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카프카의 작품에 나타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혼동이 빚어낸 왜곡된 결과물이 아니라 그 두 세계를 하나의 평면 위에서 만지작거리던 카프카의 손끝 때문인 것이다.
by Dr. Franz KO(고일석, 교수(Dongguk University(for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