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집착의 덩어리에 대해서

사랑, 그 집착의 덩어리에 대해서


카뮈와 마리아, 쇼팽과 상드, 그와 그녀에 대해 생각한다. 남자에게 여자는, 여자에게 남자는 어떤 존재인 걸까. <여자가 남자의 집>이라는 것에, 그리고 <남자가 여자의 창>이란 것에 대해 어떤 다른 견해를 내놓고 싶진 않지만, 여자는 남자의 눈을 멀게 하는 존재이고 여자에게 있어 사랑은 헤어날 수 없는 지독한 유혹이기에,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사랑 그것은, 가장 완벽한 패러독스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문필가인들, 어느 화가인들, 어느 음악가인들 사랑에 대해 다루지 않은 이가 있을까마는, 마치 물안개 가득하게 낀 세느의 다리 아래로 숨어버린 듯 뿌옇기만 한 그것에 대해 진정,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지, 그것을 제대로 알게 된 이는 누구인지,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은 날이다.

오늘 한나절은 하얀 테이블보를 잘 펴서 덮은 테이블에 앉아,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 1897~1962) 의 <<무신론 대전>>에 나오는 <사랑론>을 애프트눈 티세트에 곁들여, 시간이란 게 마치 한없이 주어진 봄날의 햇살인 듯 느긋하게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나의 격한 집착은 뜰로 난 창문처럼 죽음을 향해 있네."

하긴 집착 없는 사랑이 어디 있었겠는가. 사랑을 향한 통제할 수 없는 집착은 모난 돌멩이 울퉁불퉁 깔린 거친 들판을 맨발로 내달리기 일쑤이니, 비록 그 끝이 막다른 벼랑일 수 있음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의 또는 그녀의 팔을 잡아 멈춰 세우기는 어려운 법이다.


지독함을 꿈꾸는 게 사랑의 속성이기에 비록 그것이 죽음을 향해 달려갈 것을 예감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난 창을 열어 제치려는 충동을 제어하려는 것은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결국 스스로에 대한 위안만큼이나 자신을 기만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란 너른 들판을 향해 난 영혼의 창인 것이다.


찻잔이 식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 구름 한점 없는 하늘에 높이 오른 태양은 찬란하게 눈부시다. 꽃 한송이 곱게 새겨진 속 하얀 찻잔에서 모락거리던 차향이 물입자로 맺혀 빛을 산란시킨다. 떠나지 않은 사랑의 향기에 눈을 감는다.

“여태, 거기에 남겨져 떨리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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