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간과 가면

3. 인간과 가면

1.

가면은 특정한 인간의 얼굴을 묘사한 것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또는 동물이나 사물의 특정한 부분을 형상화한 것을 만들어서 인간의 얼굴에 덮어쓰는 인위적인 도구이다.


가면의 사용 범위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넓어서 아프리카와 유럽, 아메리카와 아시아 같은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담아 긴 시간을 거쳐 발전 및 전승되어 오고 있다. 실제로도 가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면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면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간단한 대답은 ‘가면은 시각적이고 심리적인 효과를 위해 사람의 얼굴을 덮는 도구’라는 것이다. 이것을 ‘얼굴이 그 사람의 정체성 자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가면으로 얼굴을 덮는 것을 ‘한 사람을 지금의 현실에서의 그 사람이 아닌 또 다른 현실에서의 어떤 사람이 되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의 물리적 행위에 불과한 가면을 착용하는 행위는 아주 섬세하고 미묘한 형이상학적 현상을 한 사람에게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면은 사람의 얼굴을 덮는 작용을 통해 그것을 착용하는 이의 현재의 얼굴을 가리고 숨기는 도구이다. ‘숨긴다’ 또는 ‘덮는다’라는 가면의 작용에서는 분명 ‘답답함’이라는 심리적 속성이 내재되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면을 착용하는 것에서는 심리적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가면을 착용하는 행위에는 ‘해방’이나 ‘변신’, ‘현실로부터의 벗어남’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속성이 담겨 있기에 답답함이라는 심리적 현상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2.

가면을 착용하는 행위의 의미는 비단 ‘얼굴을 가린다’는 물리적인 것에만 있지 않다. 자신을 닫는 행위인 가면의 착용은 현실이라는 시공간에서 닫혀 있던 내면을 열게 하여 억압되고 숨겨져있던 또 다른 자아를 발현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가면은 가려져 있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내면을 향해 난 창’이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하는 ‘내면으로 이어진 길’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은 왜 가면을 제작하고 착용하는 것일까?”라는 ‘인간과 가면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인간과 가면의 관계에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면에서의 인간의 본능’이 얽혀 있다.


인간은 정해지지 않는 언젠가 또는 어딘가에,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분명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실체 분명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두고 온 것 같다든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막연한 공허함을 느끼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고 하고, 그것을 찾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원초적인 본능이 내재되어 있는 존재이다.

또한 인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Oedipus) 왕이 이오카스테 왕비의 브로치로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 장님이 되고 나서야 비로써 자신을 가렸던 가면을 벗어던질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에게 원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본능을 벗어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존재이다.


따라서 가면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가면의 물리적인 면만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그것의 해소 또는 발현에 대해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면까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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