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카라바조, 악마적 재능의 천재화가

7. 카라바조, 악마적 재능의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은 특이하다고 할 만큼 직설적이면서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찾아내게 될 것 같기도 해서, 은유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그림에 빠져들게 되면 마치 그림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그림 밖으로 불쑥 튀어나와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것 같고, 시간을 넘고 공간을 건너서 그림 안의 세상으로 일순 이동하게 될 것만 같은 강렬한 암시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카라바조의 그림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보는 자’ 또는 ‘관람하는 자’로써 그림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직접적인 '목격자' 또는 '관찰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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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가 살아가던 세상은 예술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모든 것이 지금의 세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예술만을 놓고 본다면 오랜 기간 동안 서양의 고전 예술은 '종교를 위한 수단' 내지는 '종교 행위의 부산물'처럼 여겨져 왔었다. 종교가 세상의 중심이자 이데올로기였던 사회에서 미술과 음악 같은 예술은 종교적 신앙심을 고취시키고 신의 말씀을 전달하기 위한 고상하면서도 형이상학적인 장치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여 왔다.


카라바조가 활동하던 당대의 예술가들과 그 이전 시대의 예술가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카라바조 또한 종교화를 그릴 수밖에 없었고 고위 성직자들과 교회들로부터 작품을 의뢰받기를 원했기에, 종교가 사회의 중심이었던 시대적 분위기와 이에 따른 요구를 카라바조 또한 숙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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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라바조의 종교화는 남달랐다. 그래서 카라바조가 위대한 화가로 예술사에 길이 남게 된 것이다. 종교화에 있어서도 그는 강렬하고 선명한 명암의 대조와 현실에 바탕을 둔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움직임, 감정과 표정을 극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당대의 종교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러한 카라바조의 시도와 기법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종교적인 성스러움보다는 신성모독에 더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더욱이 우러러보아야 할 그림 속의 성인을 로마의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층민의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로마의 주류 화단에서 뿐만이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카라바조의 작품이 논란에 중심에 섰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논란만큼이나 대중과 후원자, 작품의 의뢰자와 컬렉터로부터 커다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의 기법

카라바조가 활동하던 시대는 [르네상스 시대]에 완성된 고전주의 예술 양식의 뒤를 이어 [마니에리슴 양식]이 회화작품의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는 이러한 시대에 대담하고 철저한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한 종교화를 그림으로써 [후기 마니에리슴]에서 [바로크 전기]로의 이행을 개척하였으며 [바로크 시대]를 꽃피운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위대한 화가였다.


대담한 빛의 사용을 통한 조명 효과가 만들어내는 카라바조의 혁명적 [사실주의 화풍]은 당시만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수많은 열성 추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으며 아트 컬렉터들의 뜨거운 인기 또한 누리고 있다.

카라바조는 화려하고 정교한 [르네상스 양식]과 다채로운 기교의 [마니에리슴 양식]의 회화와는 다르게 어둠 속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에게 빛을 비출 때 발생하는 명암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 효과인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을 통한 사실주의 화풍을 개척하였다.


그가 만들어 낸 강렬하고 풍부한 명암은, 빛이 단지 인물과 사건을 표현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신성을 암시하는 강력한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이러한 특징은 [테네브리즘](Tenebrism, 명암대비 화법, 17세기의 화파)이라 불리며 카라바조의 작품을 설명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카라바조의 기법은 [루벤스]와 [렘브란트] 같은 후대의 [바로크 화가]에게 큰 영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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