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들여다봐도 카라바조의 삶은, 하얀 도자기가 빚어낸 매끄럽고 둥그런 윤곽선처럼, 너무 반듯해서 화려하다든지, 옥빛 도자기의 표면에 새겨진 한 가닥 난의 줄기처럼, 너무 수수해서 선명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다.
"카라바조는 너무 조마조마한 삶을, 하얀 구름 한 조각이 파란 하늘을 아무렇게나 떠다니듯 아련하게 살아가다가, 그림 몇 점 이 지구별에 내려놓고서는 홀연히 스러져간 천재이다."
카라바조의 삶은 얇은 간유리 너머에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처럼 의아하기까지 하고, ‘그’라는 실체는 대체 무엇인지, 도대체 '그'가 있기나 했던 것인지, 어쩌면 '그'는 황량한 사막을 지나다가 문뜩 만난 신기루가 아닌지, 바닷가 절벽에 부딪히는 바람인지, 어느 것 하나 종 잡을 수 없어 다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 것 같다. 일단 그를 따라나서면, 아무리 가물하게 멀어져 간다 해도, 그의 그림자라도 쫓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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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쫓는 날이 쌓여가다 보면, 온 가득 무언가를 잔뜩 어질러 놓은 방안을 바라보고 있는 듯 혼란스러워지기 일쑤이다. 그의 삶에서는, 왜 그랬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알 듯 모를 듯 섬섬한 슬픔과 짙은 고독이, 그가 겪었을 어지럼증과 함께 느껴진다.
원래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려면,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먼저 기존의 것들을 순서 없이 끄집어내어 눈앞에 잔뜩 흩어놓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 혼동 속에서야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이 지구별을 살아가는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아이러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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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를 알고 싶으면,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려 한다면, 닥치는 대로 그를 찾아다니면서 눈으로 읽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 과정에 머리의 선입견이 끼어들게 해서는 안 된다. 단지 흥밋거리 삼아 카라바조의 한쪽 면만을 가볍게 다룬, 마치 카라바조를 아는 것처럼 지껄여 놓은, 카라바조를 패륜아 내지는 사이코패스처럼 몰아세운 혹자들의 책임 없는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어떤 것을 알려고 할 때 마주치게 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듣고자 하는 것만 듣게 만드는 선입견’이다.
울타리를 세우지 않은 가슴으로 카라바조를 쫓아다니다가 보면 어느 날인가, 찾고 읽고 보는 것의 삼박자가 삼위일체로 딱 맞아떨어지며 공명을 일으키는 신비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때가 바로 카라바조라는 천재 예술가에게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서게 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카라바조가 가는 길에는 늘 빛과 어둠이 떠나지 않았다. 그가 걸어간 길은, 그의 앞을 밝히던 빛만큼이나 어둠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것을 안타까움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하자니 밤안개 잔뜩 내린 골목길을 홀로 걸어가는 듯한 먹먹함이 슬그머니 끼어들 것 같다.
카라바조, 그는 이 세상에 존재했던 어느 누구보다도 천재이다. 따라서 그의 평가에 있어 일반적인 세상의 척도를 들이댈 수는 없다. 그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오직 그만을 위한 특별한 시선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그것을 하지 못하였으니, 세상으로부터 그는 진정한 자유를 부여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그'에 대한 추측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평가가 '그'의 실체 인양 회자되고 있기에 그는 세상의 평가를 면제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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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분명, [영원의 도시 로마]를 언제까지라도 떠나지 않을 거라고,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영원토록 살아갈 거라고, 굳은 심지를 세웠을 것이다. 신으로부터 권세를 부여받은 부유 하면서도 학식과 교양을 갖추었고 거기에 예술적 소양까지 겸비한 이들의 절대적인 후원과 작품 의뢰가, 로마가 존재하는 한, 세상의 중심인 로마는 영원할 것이기에, 결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의 붓이 신성을 그려내는 한, 그의 그림이 신의 권능을 전달하는 한, 그 어떤 죄를 짓더라도 결국에는 용서받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카라바조는 자타가 인정하는 당대 로마 최고의 화가이고 그가 그린 그림은 다른 어떤 화가가 그린 것보다 최고란 것이 너무나도 명백했기에, 그의 그림을 마주하게 되는 이라면 누구나 감격할 것이고 성스러운 포만감이 영혼 가득 차오를 것이기에, 그의 그림과 그에게 주어지는 찬사와 영광은 로마와 교회처럼 영원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
누군가 저기 멀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실루엣만으로도 그인 것을 알겠다. 그를 쫓던 발걸음이 어떤 연유인지 그를 지나쳐 왔나 보다.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재촉당하기 마련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몇 마디 말을 걸어봐야겠다. 이것이 그의 [삶과 예술 그리고 죽음]이 맞느냐고."
펜을 내려놓으며 뉴욕에서, Dr. Franz Ko(고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