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곗바늘의 궤적에 대한 고찰

살아남은 자의 운명: 사색으로의 초대

시곗바늘의 궤적에 대한 고찰


시계 안의 세상을 시계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적인 크기만으로 보게 되면 분명 좁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으로 시계 안의 세상을 바라보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이나 무한히 넓게 느껴지게 된다.

시곗바늘을 보면 얼핏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별 의미 없이 돌아가는 것 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몇 시간만이라도 그 앞에 가만히 서거나 앉아서, 커피 잔을 기울이며 시선을 떼지 않는다면 하나의 완벽한 세상이 그 좁아만 보이는 둥근 원의 궤적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계 안의 세상과 시곗바늘이 만들어 내고 있는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둥글게 돈다는 것이 가진 포용력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계의 바늘이 돌아가는 궤적을 따라 실선을 그으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동그라미가 나타나게 되고, 그 동그라미가 만들어낸 테두리는 마치 세상의 시간을 원의 안과 밖으로 구분하려는 것 같은 모양새를 갖게 된다.


이 동그라미의 테두리가 비록 실선으로 나타내어지고는 있지만 각진 도형을 그려내는 실선의 모난 경계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모난 것의 테두리는 날카로움과 닫힘에 대한 폐쇄적인 속성이 암시적으로 담겨있다. 하지만 각 없이 둥근 실선으로만 그려진 동그라미의 테두리는 모난 것의 그것에 비해 한층 부드러워 보이기 마련이고, 그 둥근 실선의 경계에서는 닫힘이 주는 어떤 답답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동그라미의 경계는 안과 밖을 나눈 딱딱함이라기보다는 부드럽고 둥근 교류의 접점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계는 그 외관이 네모이든 세모이든, 둥근 모양이건 별 모양이건 간에 시곗바늘의 궤적은 오직 둥근 원만을 그릴뿐이다. 이러한 둥근 원의 속성이 시곗바늘의 궤적에서 느껴지는 포용력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CopyRight@Dr. Franz KO, Professor, Dongguk University(fo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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