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의 다리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다리가 <퐁데자르>(Pont des Arts)라고 한다. 영어로는 Bridge of the Arts, 한글로는 ‘예술의 다리’라고 불리는 퐁데자르는 철재로 골격을 만들고 상부 바닥에는 나무판을 깔아서, 다리를 건너 다니는 사람에게 마치 쪽마루를 딛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다리이다.
오직 사람의 통행만이 허락되는 인도교人道橋인 퐁데자르는 파리의 자유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다리이다. 이 다리 위에서는 누구나 화가이자 글쟁이이며, 사진작가가 된다.
퐁데자르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저 볼품없는 철제 다리 따위는 영국에나 줘버려야 한다."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파리 시민만이 아니라 여행자에게까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에펠탑에 얽힌 사연을 퐁데자르에서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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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퐁데자르가 유명세를 치르게 된 것은 ‘사랑의 자물쇠’ 때문이다. 퐁데자르 위에서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담은 자물쇠를 다리의 난간에 채우고서 그 열쇠를 센강의 강물에 던져 버림으로써 사랑의 구속이 영원하라는, 그들 나름대로는 신성한 의식을 거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리 난간의 일부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였고, 더 이상 채울 곳을 찾지 못한 연인들이 센강의 다른 다리에 자물쇠를 채우게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보게 되면, 가히 어마어마하다 할 만큼이나 많은 자물쇠는 퐁데자르 자체가 마치 하나의 설치예술작품인 듯 보이게 만들었다. 수많은 연인들이 참여한 그 작품이 영원히 남기를, 그들 사랑의 맹세가 영원하기를 그 다리 위를 걸으면서 기원하였지만, 파리시에서 강제로 철거하여 현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퐁데자르에서 더 이상 사랑의 자물쇠를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그 많은 사연과 추억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물리적으로 철거된 사랑의 염원은 센강의 강물을 따라 멀리 흘러가버린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는, 본능을 잃지 않는 연어처럼 센강을 거슬러 오르기를 염원한다.)
파리의 바람을 맞으며 퐁데자르를 걸어간다. 길어진 햇살이 센강의 물결에 반짝인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펼쳐 놓은 화구에서 뿜어내는 싸한 물감의 향기가 연인들의 풋풋한 속삭임 속으로 파고든다. 늦은 오후의 퐁데자르는 센강의 뮤지엄이고 공연장이다.
어느덧 그 시간이다. 여정에 쫓기질 않으니 퐁데자르의 노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고 생각한다. 퐁데자르 위에서 퐁네프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센강의 노을은 파리를 낭만스러운 축제의 빛으로 물들인다. 축제가 열리는 퐁네프를 향해 가는 사람의 무리를 발견한다. 헤밍웨이의 말처럼, 파리는 날마다 축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