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776km, 부르고뉴(Bourgogne)에서 시작해서 상파뉴 아르덴(Champagne-Ardenne)을 지나고 일드프랑스(파리 분지, ÎLE-DE-FRANCE)를 통과해서 오트 노르망디(Haute-Normandie)의 바닷가에서 영국해협(English Channel)으로 흘러 들어가는 센강(la Seine)은 서른일곱 개의 다리를 가진 프랑스에서 3번째로 긴 강이다.
“776킬로 미터에 서른일곱 개의 다리라니”
아차, 하는 사이에 튀어나온 숫자 몇 개가 얼굴이 붉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덕분에 지금껏 잘 살아왔으니. 그래서 숫자를 뒤적이게 되는 것은 집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애착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한강에는 몇 개의 다리가 있었던가.”
서울 시내에 있는 다리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서 한강에 놓인 다리 모두를 세어 보려는 짓은 헛된 수고일 뿐이다. 실수 때문이건 고의로 인한 것이건, 거기에 한 두 개를 더하거나 뺀다고 해도 누군가 책임을 물어올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인이라고 해서 센강의 다리가 몇 개인지 알 수 있을까.”
“혹시 안다고 해도 그 다리를 모두 건너본 이는 몇이나 될까.”
혹시라도 37이라는 숫자가 행여 센강을 연상시키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무척 슬퍼질 것 같다.
*** ***
물리적으로 보자면 센강의 다리 또한 물이 파놓은 경계의 이쪽저쪽을 잇는 교통과 소통의 장치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 중에서, 특히 파리를 지나는 센강에 놓여 있는 다리 몇 개는 사람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별스러운 재주를 부리고 있다.
흔히 예술의 다리라고 부르는 <퐁데자르>(Pont des Arts)와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uf)의 배경이었던 <퐁네프>(Pont Neuf), 전성기 프랑스의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 III)와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가 그의 시에서 노래한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가 그것들이다.
센강의 다리 위에 서서 바토무슈(유람선, Bateau-mouche)가 발아래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물결에 반짝이는 햇살을 감상하는 일만큼이나 흠잡을 데 하나 없는 낭만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