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변신하기

(반항과 파괴 그리고 재창조의 미학, 카프카와 랭보 중에서)

카프카, 변신하기

카프카만큼 작가의 내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고 변형과 왜곡이 많은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것은 파격적이기도 한 그의 작품이 곰팡내를 푹푹 풍기는 인간 고독의 본연을 뿌리까지 더듬고 있기 때문이다.

벌레로 변신한 그의 방문을 어렵사리 열었던 스물의 그날, 나에겐, 사방이 거울로 덮인 미로 속을 벗어나는 것이 ‘카프카 알기’와 이음의 동어가 되어 버렸던 것 같다. 마치 그에게 조정당하는 것만 같았던 느낌은 이제, 누가 누구에게 조정 당했던 것인지, 어쩌면 내가 그를 조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알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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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그를 본질로만 보려고 한다면, 어쩌면 그 자신도 답이란 것을 내놓을 수 없을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꿈에서 깨어난다. 평소와 달리 뭔가 어색함을 느낀다. 그때 침대에 누워있는 자기가 한 마리의 징그러운 벌레로 변신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 페이지를 펼쳤던 날 카프카는 벌레로 변신(變身)하였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은 여전히 알지 못했다. 그때는 그랬다. 시간은 카프카에게 그런 것처럼 나에게도 흘러갔다. 그렇게 ‘세월에 적당히 숙성을 시켜보니’ 그때는 볼 수 없었던 것을 이제는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알게 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어쩌면 그는 변신한 벌레가 자기 자신인지, 변신 전의 그레고르 잠자가 자신인지 혼돈스러워 했던 것 같다. 사실 그의 변신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어쩌면 처음부터 그러했을 수 있다는 것은, 1916년 작인 ⟪변신⟫보다 앞선 또 다른 그의 작품 ⟪시골의 결혼 준비⟫(Hochzeitvorbereitungen auf dem Lande, 1907작, 미완성 장편 소설이며 ⟪시골의 혼례 준비⟫로 번역되고도 있다.)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가끔, 내가 커다란 딱정벌레나 풍뎅이의 모습을 한 것은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그레고르는 왜 변신을 해야만 했을까. 5년 전 파산한 아버지가 자신이 일하는 가게 주인에게 빌린 빚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었을까. 가족의 빚을 갚으며 성실한 의류 외판원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한 날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아니 변했다기보다는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배반은 변신에 따르는 현상이다. 배반은 언제든 몸을 똬린 뱀과 같이 혀를 날름대고 있었지만, 그레고르는 자신이 벌레로 변신하기 전에는 그 사실을 미처 인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다.”


믿음직한 세일즈맨에 사랑받던 아들이자 듬직했던 오빠는 결국 가족의 변두리를 떠돌던 소외자였을 뿐이었고 혐오스러운 한 마리의 벌레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가족의 정(情)이란 것조차 언제나 그가 벌어오던 돈을 향하고 있었던 것임을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간 원죄에 대한 벌로 인해 벌레로 변신해야만 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인간은, 언젠가는 벌레로 변할 운명이란 말인가. 아니면 시시포스처럼 절대자에 의해 판결된 무한의 형벌로부터 벗어나려는, 카프카 스스로에 의해 ‘의도된 변신’이었던 것일까.


실존을 찾는 이는 언제나 흙먼지 날리고 덜컹이는 낯선 길을 걸어가야 하기 마련이다. 카프카에게 하나의 해석을 덧붙여야겠다. 이제야 무상함이라는 염세로 흐르던 영혼이 실존의 바람을 따라간다.


다시 카프카의 ⟪변신⟫의 줄거리를 떠올린다. 부조리한, 이미 빠져 버렸지만, 점점 더 깊이 빠져가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그래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많은 상황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평범한 독신의 세일즈맨인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잠에서 깨어 난다. 하지만 그날 아침에 그가 마주한 상황은 다른 날과는 전혀 달랐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레고르는 한 마리의 거대한 갈색 벌레로 변신해 있었던 것이다.


이 상태로는 회사에 출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레고르는 결근으로 인해 해고당할 것을 걱정한다. 출근해야 할 시간이 지나가자, 그가 결근한 것이 수금한 돈을 횡령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 회사의 지배인이 그레고르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결근이 횡령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방문을 열고 지배인과 가족 앞에 나타난다. 지배인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벌레를 보고 놀라서 도망가고, 그레고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통곡하며 졸도하고 만다.


비록 벌레로 변한 처지이지만 그레고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레고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들에게 그레고르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레고르는 더 이상 그들의 생계를 돌보고 있던 가족이 아니라 징그럽기 짝이 없는 한 마리의 벌레일 뿐이다.


그 날 아침부터 그레고르의 고독과 불안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레고르는 불면과 식욕부진에 빠져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 가다가 결국 어느날 아침에 죽게 된다.


(반항과 파괴 그리고 재창조의 미학, 카프카와 랭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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