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위대한 문학적 구도자

카프카, 위대한 문학적 구도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야말로 ‘일 벌레’로 살아가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바로 지난밤에 꾼 ‘마음에 걸리는 꿈’에서 깨어난 어느 날 아침에 커다란 ‘벌레’로 변태한 자신을 발견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줄거리인 단편소설 <변신>을 통해 카프카는, 현실의 일상생활에서 찌들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정신적인 고뇌를 문학적으로 적나라하게 표출하고 있다.


아아, 나는 어째서 이런 고된 직업을 택했던가. 매일 같이 외근이다. 외근은 사실 상점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다. ⋯ ⋯, 지긋지긋하다. 빌어먹을 것들. 될 대로 되라지.

나는 쥐꼬리만큼 적은 월급과, 근무시간이 9시간이나 되는 직장의 자리 하나를 꿰어 차고 있다. 이 직장은 따분하고 피곤하며 보람 같은 것은 느낄 수 없는 곳이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나는 가죽으로 만든 눈가리개로 곁눈을 가린 채로 앞만 보고 달려가야만 하는 한 마리의 말과 같다. 하지만 나는 직장 밖에서의 시간을 배고픈 야수처럼 탐식하고 있다.


카프카는 낮 시간에는 노동자 상해보험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했다. 직장에서 그가 담당한 일은 외근이 잦은 일이긴 했지만, 짧은 근무시간으로 인해 퇴근시간이 빨랐기 때문에 그 전에 다녔던 직장에 비해 만족할 만했다. 퇴근 후의 카프카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그 무렵의 카프카에게 ‘즐긴다’는 것은, 인간의 실존을 탐구하는 것과 글을 쓰는 문학적 구도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프라하가 어둠에 잠기면 카프카는 깊은 생각에 잠기고, 그것을 글로 써내려갔다.


일상의 삶을 벗어난 카프카는, 그가 글에서 말한 것처럼, ‘배고픈 한 마리 야수’로 변신하여 자신만의 문학세계를 탐식하였다. 생활인으로서의 카프카는 일개 직장인일 뿐이지만 자연인으로서의 카프카는 위대한 문학적 구도자였다. 그는 <생활인 카프카>와 <자연인 카프카>라는 두 개의 삶을 치열한 투쟁 속에서 살아갔다.


문학적 구도자였던 카프카에게 1912년은 아주 특별한 해였다. 1912년을 <카프카 문학의 결실기>라고 할 수 있다. 1912년 초에 《실종자》(후에 《아메리카》로 改題, 1927년 간행)를 착수하였고, 그해 9월에는 《심판》(Der Prozess, 1925년 간행)을, 연말에는 《변신》(變身, Die Verwandlung, 1916년 간행)을 집필했다.

1912년은, 특히 가을에서부터 초겨울까지 카프카는 ‘문학적 사고’를 제대로 치고야만 것이다. 날짜로는 9월 22일에서 12월 6일까지라는 약 10주 간의 시간 동안 카프카는, 마치 배고픈 야수가 먹을 것을 탐식하듯 원고지 2,000매 이상의 글을 써 내려갔다.

블타바강의 가을.JPG 프라하를 흐르는 블타바 강의 가을(from Wikimedia Commons)

가을이 깊어지면 하늘빛이 내려앉은 블타바 강은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프라하에 선사한다. 카프카는 프라하의 이 계절에 위대한 문학적 사고를 저질렀다. 블타바 강은 체코어로 Vltava에서 온 것이고 독일어로는 몰다우(Moldau)강이라고 부른다.


"이 계절에 단 한번이라도 프라하의 블타바 강을 걸어본 글쟁이라면 알게 될 것이다. 가을과 초겨울이 되면 프라하는 잠들지 않는 도시가 된다는 것을. 프라하의 가을과 초겨울은 글쟁이를 잠 못 들게 하는 신비로운 계절이라는 것을. 프라하에선 이 계절이 되면 밤을 지새워 글을 써야만 하는 황홀한 마법에 빠진다는 것을. 프라하의 가을과 초겨울은 오직 자신의 글에만 빠져들 수 있는 아주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는 것을."


누군가를 ‘추앙推仰한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배움이 길었던 지식인들과 문학적 지성들에게는 누구보다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프카는 위대한 작가이자 문학적 구도자로서, 장 폴 샤르트르와 알베르 카뮈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의 추앙을 받았었고 현재도 많은 작가들과 지식인들이 카프카를 위대한 작가로서 추앙하고 있다.


또한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독자들이 카프카와 카프카의 문학을 높이 받들어 우러러 보고 있으며 이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분명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카프카의 글이 ‘출간을 전제로 직업적인 작가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문학적 구도자이자 자신의 내면을 따르는 자연인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는 점에서 이 현상의 설명을 위한 한 가지 중요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카프카의 글은 그 독창성만큼이나 난해하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조망하도록 만들고 있다.

태양 아래에서는 직장을 다니는 생활인으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았고, 어둠 속에서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자연인이 되어 미친 듯이 문학을 탐닉하며 배고픈 야수처럼 글을 써내려간 문학적 구도자가 프란츠 카프카인 것이다. 그런 카프카를 사람들은 ‘20세기의 위대한 천재 작가’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는 ‘문학적 구도자’이자 ‘문학적 은둔자’로 영원히 살아가기를 간절하게 소망했을지도 모른다.


by Dr. Franz KO(고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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