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사회적인 미성숙이 낳은 문화적 사생아’로 여기든지 ‘문학적 성숙이 빚어낸 예술적 창작물’로 여기든지 그것은 전적으로 문학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취향에 달려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글을 쓰는 작가의 경우 성숙함과 미성숙함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일반인의 그것과는 다를 수 있다.
사회적인 미성숙이 문학적인 성숙으로 꽃을 피우는 경우는 문학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하나의 예로서 시집 ⟪악의 꽃⟫의 저자이자 현대시의 창시자라고 불리고 있는 프랑스의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4.9 - 1867.8.31, 시인, 비평가, 철학자)를 들 수 있다. 그는 현실세계에서의 미성숙을 문학에서의 ‘저주받은 천재성’으로 발휘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샤를 보들레르에게는 어쩌면 사회적 미성숙이 문학적 천재성을 자라나게 한 토양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가져 볼 수 있다.
* 샤를 보들레르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문학 비평가이고 사회 활동가이다. 그의 작품은 상징주의와 유미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현대시의 창시자라고 불리며 대표작으로는 <악의 꽃>이 있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인 폴 발레리(Paul Valéry(Ambroise Paul Toussaint Jules Valéry), 1871.10.30 - 1945.7.20, 시인, 철학자, 에세이스트)는 샤를 보들레르를 일컬어 “그보다 재능이 풍부한 시인들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중요한 시인은 없다”라고 하였다. 어쩌면 샤를 보들레르에게는 현실에서의 미성숙이 문학적으로 과도한 성숙의 원인이었을 수 있다.
문학은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세계를 넘어, 인간의 내면과 인간의 정신세계를 문자로 이루어진 공간에 그려 넣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형이상학적인 예술 행위이다. 따라서 문학은 작가의 현실 세계에서의 경험뿐만이 아니라 감성적이고 감상적인 경험과, 감각적이고 추상적인 경험 및 느낌과 상상을 통한 경험을 포함한 경험 모두를 ‘문자’라는, ‘실체하면서도 또한 형이상학적이기도 한 공간’을 통해 읽은 이와 공유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카프카의 문학에서는 카프카만의 독특한 색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카프카의 문학을 쫓아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면 카프카의 글에서는, 카프카가 쓴 문장과 문장에서는, 말이나 문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카프카만의 기운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벌써 알아차렸을 것이다. 또한 문학을 통해 구도자의 길을 고독하게 걸어 간 카프카의 문학은, 기성의 작가들이 땅 속 깊이 박아놓은 울타리를 훌쩍 넘어 버렸다는 것도 이미 알아 차렸을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을 읽으면 사건의 제시와 서술, 전개와 성숙이 바닥에 떨어진 가을날의 낙엽이 방향 없는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듯 마구 헝클어져 뒤엉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특히 그의 미완성작을 읽다가 보면 그 느낌은 더욱 강해지게 된다. 그래서 카프카의 문학이 어떤 것에 대한 미성숙의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하지만 지울 수 없는 생각을 가지게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카프카의 문학세계에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되면 그러한 느낌과 생각이 오히려 자신의 미성숙에서 온 것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결국에는 정신적인 커다란 도약을 일시에 이루어 신비스러우리만치 아름다운 카프카 문학의 정원에 들어선 자신을 만나게 된다.
“가죽 공장에 다녀온 사람의 몸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나고, 향수 가게를 다녀온 사람의 몸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라고 탈무드에서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만나게 되는 카프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가 쓴 글을 읽기만 하면, 그가 쓴 문장들을 뒤적거리기만 하면, 넘칠 만큼 성숙한 향기가 훅 뿜어져 나와 정신마저 아찔해져 버리는. 그래서 마침내는 가던 길을 멈춰 서게 만드는.
by Dr. Franz KO(고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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