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질 들뢰즈와 카프카의 문학
철학자 질 들뢰즈와 카프카의 문학
철학자가 특정 문학가와 그의 문학작품을 인용하고 분석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문학은 단지 철학자에게만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학문분야의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질 들뢰즈(Gilles Louis René Deleuze, 1925-1995)는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었던, 연구의 폭이 넓은 현대철학자 중에 한 사람이다.
질 들뢰즈는 또한 그의 철학 콤비로 유명한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Pierre-Félix Guattari, 1930-1992)와 함께 현대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철학자이며 저서와 강연을 통해서 비단 철학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있어서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받은 대표적인 현대 사상가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부분에서는 아니겠지만 철학과 문학과 예술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대중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을 나누고 있는 복합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들뢰즈를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여러 연구들과 저작물들에서 문학작품을 인용하여 논함으로서 그것들에 대한 또 다른 접근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것은 철학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된 학문이며, 모든 학문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질 들뢰즈는 그의 저작물인 <의미의 논리>(Logique du sens, 1969, 1999)에서 루이스 캐럴과 프루스트, 피츠제럴드와 같은 여러 문학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인용하고 이에 대해 논하고 있다.
특히 1925년 작인 <위대한 갯츠비>(The Great Gatsby)의 작가인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모든 인생은 물론 몰락의 과정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는 문장에 이르러서는, 카프카의 문장 한 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위한 도끼여야 한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인생이라는 얼어붙은 바다를 힘껏 내려 찍는 카프카의 도끼’가 만들어내고 있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바로 귀 옆에서 솟구쳐 튀어 오르고 있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
철학자 질 들뢰즈는 그가 집필한 여러 저작물에서 프란츠 카프카(1883-1924)를 인용하고 있다. 통상 들뢰즈라고 불리고 있는 그는 카프카의 작품과 사상을 즐겨 인용한 현대철학자 중에 한 명이다.
들뢰즈가 집필한 저작물 중에 1975년, 그의 철학 콤비인 펠릭스 가타리와 함께 집필한 저작물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는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카프카와 카프카의 문학을 주제로 연구한 것을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의 영문 제목은 <Kafka: Toward a Minor Literature>이며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모국어인 프랑스어 제목은 <Kafka: pour une littérature mineure>이다.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카프카의 문학에 대한 또 다른 해설서이며 들뢰즈라는 위대한 현대철학자가 카프카라는 위대한 현대문학가에게 바친 문학비평서이다.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에 대해서는 ‘카프카의 문학을 또 다른 사상적 관점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읽기를 위한 접근 방식을 제시한 문학 비평서’라고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비단 카프카문학에 대한 비평서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이라는 삶의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또 다른 통로 하나를 제시하면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또한 제안하고 있다.
알베르 카뮈와 장 폴 샤르트르가 카프카의 문학에 대해 평한 것처럼 카프카는 현대문학에 있어 부조리 문학과 실존주의 문학의 지평을 연 작가이다.
부조리란 말과 실존이란 말이 가진 어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문학자가 아닌 일반 독자가 카프카의 문학을 처음 접하게 된다면 ‘어렵다’ 내지는 ‘불가해(不可解)하다’ 또는 ‘난해하다’라는, 긍정과 부정을 초월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 카프카의 문학에서 현대예술의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불가해함이 카프카라는 프라하에 살았던 독일계 유대인 작가를 우리에게 깊이 각인시키고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카프카의 작품세계에는 기괴하게 느껴지는 상징들과 이것이 만들어 내는 난해한 서사들이 가득 늘려있다. 또한 그 상징들과 서사들 속에는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질문이 구석구석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게 되면 카프카는 작가이기 이전에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사회학자라고 할 수도 있게 된다.
카프카의 문학세계가 가진 이런 독특한 특징들로 인해 들뢰즈와 같은 철학자들은 새로운 현대문학에 대한 실험으로 카프카의 작품들을 또 다른 접근법으로 읽고 분석하려고 한 것이다.
by Dr. Franz KO(고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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