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질 들뢰즈는 그의 저작물과 강연에서 프란츠 카프카(1883 - 1924)를 소환해서 인용하고 있다.
통상 들뢰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그는 카프카의 작품과 사상을 즐겨 인용하고 해석한 현대철학자 중에 한 명이다.
들뢰즈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카프카가 문학 작가의 경지를 넘어 철학적 문학 작가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들뢰즈가 집필한 저작물 중에 그의 철학적 콤비인 펠릭스 가타리와 함께 집필한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1975)는, 책의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카프카와 카프카의 문학을 주제로 자신의 철학세계를 접목하여 해설한 것을 한 권의 저서로 엮어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의 영문 제목은 <Kafka: Toward a Minor Literature>이며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모국어인 프랑스어 제목은 <Kafka: pour une littérature mineure>이다.
이것을 한글로 번역한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카프카의 문학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접근과 그것을 통한 그들 식의 해설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카프카의 문학을 철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 두 철학자의 인문학적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문학적인 면에서만 보게 되면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는 들뢰즈라는 현대철학자가 그의 동료 철학자인 가타리와 함께 프란츠 카프카라는 위대한 현대문학가에게 바친 일종의 문학 비평서라고 해도 좋다.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은 카프카의 문학을 사상적이고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카프카의 문학에 대한 새로운 읽기 방식을 제시한 문학 비평서’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비단 카프카의 문학에 대한 [문학 비평서]나 들뢰즈의 철학을 기술한 [철학 해설서]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라는 차갑고 날카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인생을 바라보는 또 다른 통로 하나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또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카프카의 문학을 넘어, “여태껏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 “새롭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에 관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설계하게 하는 제안서]이기도 있다.
알베르 카뮈와 장 폴 샤르트르가 카프카의 문학에 대해 평한 것처럼 카프카는 현대문학에 있어 부조리 문학과 실존주의 문학의 지평을 연, 놀라우리만큼 위대한 작가이다.
그래서 스콧 피츠제럴드(프랜시스 스콧 키 피츠제럴드, Francis Scott Key Fitzgerald)의 <위대한 갯츠비>(The Great Gatsby)에서, 이야기의 서술자인 닉 캘러웨이(Nick Carraway)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갯츠비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장면에서, 타자기가 찍어낸 Gatsby라는 이름 위에 ‘The Great'이라는 문장을 손으로 그려 넣는 것처럼, 우리는 카프카의 이름 위에 ’The Great(위대한)’이라는 손 글씨를 바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조리’란 말과 ‘실존’이란 말이 가진 어감만큼이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가 카프카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다면 ‘어렵다’거나 ‘불가해(不可解)하다’, 또는 ‘난해하다’와 같은, 긍정과 부정의 사이에서, 어쩌면 그런 것들을 초월하였다고도 할 수 있는, 그래서 다소 ‘어정쩡한 무엇’인가가 느껴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연구자에 따라서는 카프카의 문학세계에서 ‘문학을 넘어 현대예술로서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카프카 문학만이 가진 그 특유의 느낌이 카프카라는, 체코의 도시 프라하에서 살았었던 독일계 유대인 작가를 우리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키고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카프카의 작품세계에는 기괴하게 느껴지는 상징들과 이것이 만들어 내는 난해한 서사들이 봄날의 들판에 가득 피어난 들꽃들처럼 가득하게 늘려있다.
또한 그 상징들과 서사들 속에는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질문이 구석구석 뿌리를 내려 뒤엉켜 있다.
그래서 카프카의 작품에서 진한 인간의 향기를 맡게 되는 역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게 되면 카프카는 문학 작가이기 이전에, 또는 문학 작가를 넘어,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사회학자이자 예술가라고도 할 수 있게 된다.
카프카의 문학세계가 가진 이런 독특한 특징들로 인해 들뢰즈와 같은 철학자들은 현대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실험으로, 또한 현대철학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실험으로 카프카의 작품들을 들뢰즈 나름의 방식의 방식으로 읽고 분석하려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