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카라바조, 그리스도의 체포(1602) 배경과 개요

3. 카라바조, 그리스도의 체포(1602) - 배경과 개요


그림의 배경

<그리스도의 체포>는 로마의 귀족이었던 치리아코 마테이(Ciriaco Mattei)가 1602년에 의뢰한 작품이다. 그 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있는 예수회 수도원에 걸려 있었는데, 1990년에 와서 카라바조의 진품임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더블린 국립미술관이 수도원 측으로부터 영구 임대 형식으로 임대하여 전시하고 있다.


이 그림은 신약성경의 마태복음과 마가복음,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에 나오는 유다의 배신과 예수의 체포에 대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간단히 줄이면 다음과 같다.


여러 번 제자들과 모인 적이 있던 장소로 예수가 갈 것을 알고 있던 유다는 성전의 경비병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 그들의 손에는 등불과 횃불과 무기가 들려 있었다. 유다는 그가 입을 맞추는 이가 바로 예수이니, 그것을 신호로 예수를 잡으라고 경비병들과 약속하였다. 그곳에 도착한 유다는 예수에게로 다가가 인사를 하며 입을 맞추었다. 그리하여 예수는 그를 잡으러 온 이들의 손에 넘겨졌고 겁을 먹은 제자들은 모두 달아났다.


카라바조는 ‘제자들의 배반과 예수의 체포’라는 사건과 이 시간이 일어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목격자로의 입장만이 아니라 참여자가 되어 극적이면서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The_Taking_of_Christ-Caravaggio_(c.1602).jpg <The Taking of Christ>, 1602, National Gallery of Ireland, Dublin



그림 속으로

그림에는 일곱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요한과 예수, 유다와 무장한 세 명의 경비병과 등불을 들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림에서 등장인물들은 3/4 정도의 상반신만이 그려져 있고 그들 중 오른쪽 뒤편에 있는 경비병 한 명은 다른 이들에게 가려져서 그의 투구만이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어두운 배경 앞에 나열되어 있어 그 설정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주광원의 위치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왼쪽 상단에서 등장인물들을 비추고 있어 보인다. 보조 광원은 오른쪽 끝에 있는 사내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등불에서 나오고 있다.


등불에서 나오는 빛은 등불을 잡고 있는 사내의 손과 눈에 가장 밝게 떨어지고 있다. 그림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그림을 그린 이의 각도에서 붓을 잡는 것 같은 이 남자의 오른손의 위치가, 마치 그림을 그린 화가가 그리스도가 체포되는 현장에 빛을 가져온 것처럼 보이도록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신성한 존재로써의 예수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그 신성은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어두운 사건 현장에 빛을 더하고 있는 이 사내의 등불은 신성한 자연으로부터 받은 빛을 자연에게 되돌려주는 화가만의 종교적 행위이기도 하다. 또한 세상을 밝히는 신성한 빛인 예수가 결국에는 자연이자 하나님에게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왼쪽에서부터 그림을 보면 잔뜩 겁에 질려 입을 벌린 채로 달아나고 있는 이가 제자 요한이고, 그의 오른쪽 바로 옆에서 비록 두 손을 깍지 끼고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엄숙함과 경건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제자들의 배신과 자신의 체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가 예수이다. 예수의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고 있는 이가 제가 유다이고, 유다의 뒤에서는 세 명의 경비병이 예수를 붙잡으려 하고 있다. 이 사건 현장의 오른쪽 끝에 있는 한 사내가 등불을 높이 들고 있는데 그가 카라바조 또는 베드로이다.


이 작품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하나는 왼쪽 상단 구석에 있는 예수와 요한의 머리가 시각적인 면에서 마치 함께 녹아 하나로 붙어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윤이 나는 금속 갑옷으로 덮인 경비병의 왼쪽 팔이 그림의 가장 앞자리의 중간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그 팔은 거울처럼 반짝이고 있다. 거울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객관적인 도구이다. 자신의 모습과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응시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카라바조는 자신을 심문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도구로써 거울의 이미지를 이 작품 속에 그려 넣은 것이다. 또한 이 거울은 이 작품을 바라보는 이에게 유다와 요한과 같이, 그리스도를 배신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의도된 장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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