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토마스의 의심)(1602)

카라바조 작품 분석

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토마스의 의심)(1602)

<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1602

The Picture Gallery in the park of Sanssouci Palace, Potsdam, Germany


카라바조는 당대의 회화예술에 일대 혁신을 일으켜 바로크 시대의 문을 연 거장이다. 그는 교회와 성직자의 후원과 의뢰를 통해 종교적인 주제를 담은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과 소재 대부분을 그가 살아가던 시대의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서민의 삶에서 가져왔기에 지극히 사실적이고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가 1601-1602년경에 그린 <도마의 의심(Doubting Thomas, Incredulity of Thomas)>는 신약성경의 요한복음 20장 24-31절에 나오는 예수와 도마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카라바조는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믿어야 하는 것인 지’와 같은 ‘믿음’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오래된 종교적 질문에 대해서, 답이란 것을 향해 가게 하는 그만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성적인 존재인 인간에게 있어 누군가를. 그 누군가의 대상이 비록 신이라고 하더라도, 온전하게 믿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그 믿음에 대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바쳐야만 한다면,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따지는 것이 많아지게 되고, 몸과 마음을 그것에게 완전히 열기는 힘들게 된다.


그것은 믿음이란 대개의 경우, 결코 희망이라는 환한 모습만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결정적인 현상이나 사건이 관여되지 않는 한, 희망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 믿음을 인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 긴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게 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렵고,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닌데도 왠지 너무 왜소한 것만 같고, 지금까지 기다려온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그냥 외면하거나 지나치기 십상인 것이 믿음이다.


카라바조의 <도마의 의심>은, ‘믿음’에 대해 가장 일반적인 의문과 대답을 주고 있어 그의 그림 속 등장인물들처럼 친근하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열두 제자 중의 하나로 디두모라 불리는 도마는 예수가 부활하였을 때 함께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우리가 주를 보았다”라고 해도 “내가 그의 손에 난 못 자국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어 보고,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겠다”라고 하였다.


여드레를 지나서 제자들이 도마와 함께 문들이 모두 닫혀 있는 집 안에 있는데 예수가 나타나 가운데에 서서 “너희에게 평강이 있으라”라고 말하였다. 또한 도마에게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돼라”라고 말했다.

이에 눈과 손가락, 손으로 그가 예수임을 직접 확인한 도마가 “당신은 나의 주님이시오, 나의 하나님이십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너는 나를 보았기 때문에 믿는 것이냐, 보지 못하고도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라고 예수가 말했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에 도마(Thomas)는 그때까지 부활한 예수를 직접 보지 못했기에 예수가 살아있음을, 부활하였음을 믿지 않았으나, 그의 앞에 나타난 예수를 보고 그의 손과 몸에 나있는 고난의 자국들을 직접 확인한 후에 비로써 예수가 죽음에서 부활하여 살아있음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의심하는 도마의 이야기는 적어도 5세기경부터 다양한 신학적인 관점이 가미된 종교화의 주제로 사용되어 왔다. 동일한 주제를 그린 카라바조의 작품은 당시 인기가 있어서, 프란체스코 마리아 델 몬테(Francesco Maria del Monte) 추기경과 루도비지(Ludovisi) 가문 등에서도 다른 버전의 작품을 소장했다고 한다.

이 작품이 누구의 의뢰로 그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작품의 소장과 관련된 가장 빠른 기록으로는 1606년, 카라바조의 후원자 중 한 명이었던 빈센초 주스티니아니(Vincenzo Giustiniani)가 이 작품을 소유하였다는 것이다. 그 후 약 이백 십 년이 지난 1815년에 주스티니아니 가문의 소장품들이 매각되면서 이 작품은 프로이센 왕가의 컬렉션이 되었고, 베를린에 있는 카이저-프리드리히 미술관(Kaiser-Friedrich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가 2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잘 견딘 후 현재의 장소인 독일 포츠담에 있는 산수시 궁전의 픽쳐 갤러리(The Picture Gallery in the park of Sanssouci Palace, Potsdam, Germany)로 옮겨져서 지금까지 전시되고 있다.


그림의 구성과 기법


구성

예수와 세 명의 사도가 장소를 암시하는 배경이나 아무런 소품 없이 화면을 꽉 차게 메우고 있다. 가만히 보면 마치 연극 무대 뒤편에 쳐진 검은 장막 앞에 서서 무언가를 연기하고 있는 같다.


예수의 두 손 사이에 도마의 손이 있다. 예수는 한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걷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도마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옆구리에 난 상처의 갈라진 부분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예수의 손등에서 못 자국을 볼 수 있다. 도마가 검지로 예수의 상처를 확인하는 동안 다른 제자들은 그들의 눈으로 상처를 확인하고 있다.

예수는 그림의 왼편에 서 있으며 세 명의 사도는 예수의 오른쪽에 서있다. 제자들의 시선은 모두 예수의 상처를 확인하려는 듯 허리와 머리를 굽힌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예수가 도마의 손을 잡고 자신의 상처로 안내하고 있고 도마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하다. 그림에 아무런 후광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부활한 예수의 비육체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모델들이 카라바조의 다른 작품인 <성 마태와 천사(Saint Matthew and the Angel, 1602)>와 <이삭의 희생(the Sacrifice of Isaac, 1603)>과 같은 것으로 보아, 이들 작품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초점과 구도

카라바조의 작품 <의심하는 도마>는 두 개의 초점을 가지고 있다. 제자들의 눈의 초점은 도마의 손에 있지만, 그림을 감상하는 이의 초점 또는 그림을 그리는 카라바조의 초점은 도마를 믿음으로 안내하고 있는 예수의 왼손에 있다. 카라바조는 그 효과를 더하기 위해 다른 사도들의 손을 모두 감추었다. 그림에서 예수의 손은 의심하는 도마에게 자신의 부활을 확인시켜 주는 손이자 제자들과 세상 모든 사람들을 ‘믿음으로 안내하는 손’이다. 또한 도마의 손은 자신의 불신을 확인하려 하는 도구가 된다.


검은 배경을 등진 네 명의 등장인물들은 아치 형태의 구도로 그려져 있다.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마의 머리와 세로로 그 위에 있는 또 다른 제자의 머리가 그림의 중앙 축을 형성하고 있고, 이 축을 중심으로 네 명의 머리가 마름모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예수는 황금분할 선상에 자리하고 있고 세 명의 제자들이 오른쪽에서 예수님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제자들의 시선은 도마의 손가락에 모여져서 예수의 옆구리에 난 상처로 향하고 있다. 예수의 시선 또한 도마의 손가락으로 향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시선이 하나로 집중되는 구도를 사용했다.

화면의 구성과 등장인물들이 이루고 있는 구도를 살펴보면 이 작품은 고전주의적인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에서 예수의 상처에 도마가 손가락을 집어넣는 장면의 묘사는 그림을 보는 이가 바로 눈앞에서 이 사건을 보게 되는 듯 사실적이다. 이러한 생생한 묘사는 카라바조가 종교화의 성스러움에 풍속화의 사실주의를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에서 예수는, 그 상징만으로 성스러운 것이 아니라,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서 던지는 메시지와 느낌으로 성스러워지는 것이다.


by Dr. Franz Ko

Professor, Dept. of Computer and Multimedia, Dongguk University(fo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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