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또는 마스크로서의 가면

가면의 어원으로서의 Mask와 Person


가면의 어원은 크게 두 가지의 접근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 하나는 ‘마스크(Mask)’라는 단어를 통해 그 어원에 접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인 ‘Person’을 통해 그 어원에 접근하는 것이다.



첫 번째: Mask를 가면의 어원으로 보는 관점

서구문화권에서 가면은 ‘마술사’ 또는 ‘마귀’를 뜻하는 라틴어의 단어인 ‘Masca’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살펴보면 Masca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어에서는 Mask, 이탈리아어에서는 Maschera, 프랑스어에서는 Masque, 독일어에서는 Maske, 스페인어에서는 máscara, 포루투칼어에서는 máscara.


또한 아랍문화권에서 가면은 '조소하기'와 '익살꾼' 같은 의미를 지닌 마스하라(Mashara), 마스크하랏(Maskharat)에서 가면이란 단어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가면의 어원을 따라가다가 보면 서구문화권과 아랍문화권의 차이점을 알 수 있게 된다.

서구문화권의 경우 가면은 현실의 인간이 가면이라는 외적 인격을 착용함으로써 마귀나 마술사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다소 탐욕적인 소망이 담겨 있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구문화권에서 가진 이러한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갈망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 결과 만화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Super Hero)들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이에 반해 아랍문화권에서는 익살꾼이나 특정한 극에서의 주인공과 같이 인간의 삶 속에서의 또 다른 실체로의 변화를 꿈꾸는 정도의, 크지 않은 소망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Person을 가면의 어원으로 보는 관점

또한 가면이 사람의 외적 인격을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영어 단어 Person(사람)의 어원인 그리스어 페르소나(Persona)(외적 인격)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있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는 주로 Person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다.

포루투칼 카니발 가면.JPG

포르투갈의 카니발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스크

Mask Diabo of Portugal used on folk fest of Carnaval on Tras-os-Montes.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어떤 성격이든,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또는 타의에 의해 가면을 착용하게 되고, 그 가면은 자신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Mask를 가면으로 번역한 이유

전통적인 한국문화에서는 가면을 탈 또는 얼굴에 덧씌우는 도구란 뜻에서 얼굴(face)을 뜻하는 한자어인 ‘면’(面)에 도구(tool)를 뜻하는 한자어인 ‘구’(具)를 붙여 만든 ‘면구’(面具)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또 다른 한자어를 빌어 표현한 것이 ‘가짜의 얼굴’이란 뜻을 가진 단어인 ‘가면’(假面)이 된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짜의 얼굴이란 ‘또 다른 얼굴’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문자 그대로 본다면 가면은 ‘누군가의 얼굴을 가려 가짜의 얼굴(또 다른 얼굴)을 만드는 도구(면구(面具))’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얼굴은 한 인간의 정체성 자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면이란 말의 의미는 한 인간에게 또 다른 정체성(꾸며진 정체성, 가짜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형이상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물리적인 도구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문화에서의 가면은 그것의 착용을 통해서 또 다른 자아가 되고자 하는 다면적 정체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면이란 단어는, 비록 행위적인 측면에서는 면구로서의 Mask를 기반으로 하고는 있지만 그 의미에서는 Person에 훨씬 가깝다고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Mask를 한글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번역하여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다.


가면: 그것을 착용함으로서 새로운 사회적 정체성(페르소나)을 형성하는 경우

면구: 단순히 얼굴을 덮을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경우


예를 들어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씌우는 Mask는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면구라고 해야 하지만 면구라는 용어가 익숙하지는 않기에 그냥 '마스크‘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또한 파티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 모양이나 특정 사물의 Mask를 얼굴에 착용하는 경우에도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정체성이 형성되지는 않기 때문에 “가면을 착용했다”라기 보다는 “면구를 착용했다”, 또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라는 표현이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카라바조, 가면과 페르소나의 미학> 중에서, by Dr. Franz Ko(고일석)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18173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면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