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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달로스의 날개와 인간의 꿈

다이달로스: 이야기의 시작

다이달로스의 날개와 인간의 꿈

다이달로스: 이야기의 시작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인간이 고안해낸 시간이라는 도구로는 기원전(紀元前, B.C.(Before Christ))이라고 불리는 멀고도 먼 아주 옛날, 지금은 그리스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나라의 한 땅덩어리인 아테네의 어느 거리인가에는 다이달로스(Daedalos)라는 이름을 가진 손재주 아주 기가 막히고 머리까지 아주 똑똑한 한 남자가 살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를 두고 심지어 신중에 최고의 신인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자 아프로디테의 남편이며, 대장간의 신인 헤파이토스의 자손일 거라는 얘기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그것의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다이달로스가 가졌었던 손재주와 머리 재주가 얼마나 뛰어났었는지에 대해서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그가 살았던 시기가 인류문명의 초창기였었기에 그랬겠지만 그 시대에 소위 똑똑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의 직업이란 게 건축과 조각, 기계공학과 토목공학, 수학과 철학 같은 여러 영역 넘나들기를 허물없이 지내는 이웃집 문지방 넘나들 듯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현재와 같이 고도로 발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일개 범인의 눈으로는 그것들마다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도저히 가늠하기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구전되어 온 얘기에서뿐만이 아니라 기록을 바탕으로 한 얘기에서조차도 어느 정도의 과장은 끼어들어있기 마련이라서,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접하여 읽어가다가 보면 종종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과장은 ‘허용된 과장’이라서 그런 것은 “사실이어도 좋다.”라고 포용하여 받아들이게 되면, 고개를 기울어지게 만들었던 이성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원래의 제자리로 고개를 돌려놓게 된다.   

   

―――――― α ――――――     


혹시 아테네의 거리를 걸어 다니다가 다이달로스라는 중년의 사내를 만나 몇 마디 인사말이라도 나누게 된다면 그 또한 여러 전문 직종의 직함을 자신의 이름 앞에 주절주절 박아 놓은 명함을 내밀게 될지 모른다. 


하여튼지 간에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이라면, 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면, 이왕에 타고난 남다른 머리와 손재주를 이용하여, 건축과 기계공학, 항공역학과 같은 전문 영역을 넘나들면서 생계를 잘 꾸려나갔고, 뛰어나다는 개념을 한참 넘어선 ‘아주 탁월한 재주’ 덕에 크게 부와 명성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하였던가. 일의 성공과 인생의 성공은 흔히 반대편으로 난 길을 향해 걸어가기 일쑤이다. 


우여곡절을 겪다가 아테네를 떠나 크레타 섬으로 도피해간 다이달로스는, 그를 알아보고 인정해준 그 섬의 왕에게서 다시 융성한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였다. 

그랬었다면 다이달로스의 얘기는 “크레타 섬에서 아들 딸 놓으며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라는 식의 구전되어 내려오는 동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이달로스: 날개와 인간의 꿈

인생에서 겪게 되는 우여곡절에는 어떤 특별한 변곡점이 존재하게 된다. 

건축가로서도 잘 알려진 그는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의 요청으로 반인반수(半人半獸)의 괴물을 가두는 미궁인 라비린토스(Labyrinthos)를 설계하고 만들었지만, 또다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자신의 아들인 이카로스와 함께 그 미궁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어찌하다보니 자신이 만든 리비린토스는 자신과 외아들을 가두는 미로가 된 것이다.         


벗어날 기약 없이 미로에 갇혀버린 다이달로스는 이제 오직 자신과 아들의 탈출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내어야만 했다. 

배를 곯아본 놈이 밥맛을 제대로 알듯이, 사랑에 아파해본 놈이 사랑노래를 애절하게 부르듯, 때때로 절박함은 새로운 것을 고안해 내는 창조의 산파로서 작용하는 법이다. 

특히 다이달로스와 같은 천재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절박함은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 


―――――― α ――――――     


다이달로스는 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관찰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역시 다이달로스는 대단한 천재다. 

미궁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오직 새처럼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임을 알아차리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날아 오를 수 있는 장치와 방법을 연구하였다. 


이점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연상하게 된다. 

사물에 대한 남다른 관찰력을 가졌으며 하늘을 날고 싶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다이달로스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일 수 있다고 여겨봐도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신화란 게 현실에서의 상상과 몇 부분이 뒤섞인다 한들, 크게 개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다이달로스는 밀랍으로 새의 깃털을 차곡차곡 붙인 커다란 날개를 만들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행글라이더의 일종 또는 변형일 수도 있어 보이는 장치를 만들어서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의 좁은 벽면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게 된다. 


이 부분으로 인해 ‘다이달로스의 날개’를 시인 ‘이상의 날개’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이달로스의 날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몸에 붙인 것이고, 이상의 날개는 몸의 한 부분인 겨드랑이에서 돋아난 것이다. 

다이달로스의 날개는 다소의 과학을 그 바탕으로 삼고 있는 반면에 이상의 날개는 어떤 상징을 문학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신이라면 모를까 인간 세상을 살아가던 다이달로스가 하늘을 날아오르다니, 이것은 분명 다이달로스의 거대한 성공이자 인간의 꿈에 있어 “날 수 있다.”는 커다란 이정표를 제시한 위대한 사건인 것이다. 

다이달로스로 인해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대략 두 번의 천 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인간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적당히 구름 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작은 점 같은 비행물체를 보게 되면, 다이달로스의 날개를 떠올리게 된다. 


뉴욕에서, by Dr. Franz Ko(고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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